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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광풍에 고민 깊은 은행들…대안은 '특화점포' 카드

일부 은행 비대면 신용대출 전체의 80%↑
점진적 점포축소 + 특화 점포 확대 돌파구

 
 
통합 이전으로 폐쇄된 서울 강동구의 한 시중은행 점포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운영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은 현재 '점포 실험' 중입니다."
 
최근 서울 지역에 특화점포를 오픈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의 변화를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 확대로 영업점 축소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반해, 금융당국의 압박과 함께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들의 애로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영업점 통폐합과 특화점포 개설은 당분간 동시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영업점이 대면 중심의 자산가 고객을 위한 WM(자산관리) 센터로 변모해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올 하반기 4대 시중은행 점포 100여개 감소 예정 

금융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영업점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지난해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실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40개 미만으로 줄던 점포는 지난해에만 200개 넘게 감소했고, 올해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 말 3900여개에 달했던 점포 개수는 올 연말께 3000개를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에만 100개에 가까운 점포 통폐합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하반기에 60여개 점포를, 우리은행은 20여개, 하나은행은 5개 이상의 점포를 각각 통폐합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올 연말까지 점포 정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은행권의 '점포 다이어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점포 축소 자제를 권고하고, 반기마다 점포 현황을 발표하겠다고 나섰지만 비용효율성 차원의 점포 통폐합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다만 은행들도 불요불급한 점포 축소는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국내은행들은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통해 폐쇄 예정 지점의 고객 수·연령대 분포, 대체 수단 여부 등을 먼저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점포 폐쇄가 결정된 경우 해당 점포 고객에게 폐쇄 소식을 3개월 전에 공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각 은행들 입장에서는 내방 고객이 거의 없는 점포 운영을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점포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세'로 자리잡은 디지털금융…고민 깊어진 은행들 

이처럼 국내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비대면금융이 거스르기 힘든 '대세'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디지털금융 경쟁의 가속화를 앞당긴 계기가 됐다.  
 
이런 현상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하나은행은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나간 신용대출이 전체의 86.9%에 달한다고 밝혔다. 예·적금은 70.7%였고 특히 펀드상품은 92.8%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입됐다. 하나원큐의 총 누적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 1202만명으로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43.8% 증가했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의 여신과 수신도 각각 60.1%, 73.1%가 디지털금융을 통해 거래됐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수익 창출과 함께 비용도 절감됐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경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디지털 채널이 창출한 이익은 4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5% 급증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신용대출, 적립식 예금상품의 비대면 거래 비중이 비슷한 상황이다. 고객들이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해도 지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디지털 온리(Digital only)'를 앞세운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대면 거래와 비대면 거래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에 대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점포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도 디지털금융에 익숙해졌고 비대면 거래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점포는 시간과 거리가 제한적이라 불편하다. 고객의 은행 이용 방식이 변하고 있다면 점포 유지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출범 4년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눈에 띄는 MAU와 실적 증가세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공모가를 기준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익비율(PER)은 56배로 기존 금융지주들보다 10배 이상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카뱅 공모가를 둘러싼 거품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기존 신용대출과 중금리대출뿐 아니라 향후 주택담보대출과 오토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경우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40~50대 고객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케이뱅크의 성장,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갈수록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기존 은행들로서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할 선택지로 디지털금융 전환과 함께 점포 축소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강북지역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오픈한 특화점포 TCE본점센터. [사진 우리은행]

서비스 차별화 고심...자산가 중심 특화점포 확대   

은행권의 점진적 점포 폐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비대면 채널만 강화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고객 피해, 여기에 기존 인력들의 활용방안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꺼내든 것이 '특화점포 확대' 카드다.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 고객 맞춤형 점포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이다. 주로 유동인구가 많거나 자산가 고객이 많은 점포가 특화점포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신한은행의 디지로그 브랜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서울 서소문(리테일), 남동중앙금융센터(기업), 신한PWM목동센터(WM) 3곳을 오픈했고 오는 9월에는 기관 영업을 중심으로 한 한양대학교 디지로그 브랜치를 열 예정이다. 모두 신한은행이 10여년 간 영업점 거래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맞춤형 점포다.  
 
이곳은 예·적금, 대출, 카드 발급, 금융상담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이 화면에서 전문 직원을 만나 상담을 받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 등이 설치돼 있다. 고객이 보다 디지털금융에 익숙하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2019년 말 금융권 최초로 정보기술(IT) 전문인력으로만 운영되는 IT지점 KB 인사이트(InsighT)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에 있는 이 지점은 기존 은행 업무를 동일하게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IT 인력이 고객과 소통하면서 디지털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KB락스타 청춘마루’를 운영해오고 있다. 40여년 간 영업점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공연, 작품 전시 등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대면 전시회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청춘마루를 운영하고 있다.
 
자산가 고객을 위한 점포도 진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특화점포 '투 체어스 익스클루시브(TCE, Two Chairs Exclusive) 본점 센터'를 지난달 서울 소공로 본점에 열었다. TCE영업점은 지난해 10월 강남센터를 개점된 데 이어 두 번째로 개설된 점포다.  
 
이 점포들은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 세무·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해 8명의 자산관리 전문 PB가 배치됐다. 우리은행은 이 외에도 ▲가산 ▲대치 ▲부산 ▲잠실 ▲청담에 이어 '투 체어스 프리미엄(TCP, Two Chairs Premium)' 압구정, 이촌센터도 추가 개점했다. TCP는 금융자산 3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개점한 'TCE본점센터'는 강북지역의 첫 번째 TCE 영업점으로 초고액 자산가 전담 거점이 확대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추가 개점한 TCP센터 2개점을 포함해 수준 높은 자산관리 대면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점포를 운영 중이다. ▲VIP클럽(1억원 이상) ▲골드클럽(5억원 이상) ▲클럽원(30억원 이상) 등 고객의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점포가 운영된다. 신한은행도 신한금융투자와 손잡고 금융자산 5억원 이상 되는 고객을 전담하는 신한PWM한남동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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