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미국 CPI 5.4% 상승…6월 이어 2008년 이래 최고치
파월 “자동차항공 등에 한정돼 경제 전반 인플레 아냐”
미 연방은행 총재들 “10월부터 테이퍼링 착수해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5%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상승세는 6월보다 꺾이면서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예상대로 들어맞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잇따라 테이퍼링(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 착수를 촉구하는 등 단행 시기를 놓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지수 5.4% 기록…상승세는 둔화
가장 높게 증가한 부문은 에너지 분야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에 비해 2.4%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해선 41.8% 뛰었다. 배럴당 70달러 중후반대로 급등한 국제유가가 반영된 탓이다. 중고차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41.7% 급등했다. 다만 전월 대비 10.5% 폭등했던 6월에 비해 7월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만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도 5월 203.0으로 정점을 찍고 6월 200.4, 7월 196.9를 기록하고 있다.
렌트카(73.5%)·항공료(19.0%)·세탁용품(17.9%) 등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 활동이 점차 많아짐에 따라 수요 회복의 영향을 받은 분야들이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이다.
2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 다소 둔화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0.3%→0.4%→0.6%→0.8%→0.6%→0.9%(6월)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7월에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Core) CPI 역시 30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6월(4.5%)에 비해 소폭 내려간 4.3%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다.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는 모습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예상과도 맞아떨어진다. 지난달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한시적”이라고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6월)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오버슛(overshoot·예상보다 높은 수치)은 자동차·항공권·호텔 등 몇몇 범주에 한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이 6월과 7월에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시마 샤 수석전략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연준의 느긋한 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방은행 총재들 테이퍼링 촉구 연쇄 발언
지난 6월에도 일자리가 93만8000개 늘어난 데 이어 7월 일자리가 90만개 이상 증가한 것은 미국 고용시장이 정상화 궤도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6월 채용 공고는 사상 처음 1000만건을 돌파해 1010만건을 기록했다.

고용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미국 연방은행(연은) 총재들은 테이퍼링을 촉구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 래피얼 보스틱(Raphael W. Bostic)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고용) 증가세가 한 두 달 더 지속하게 되면 우리의 목표를 향한 상당한 진전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새로운 정책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정책’은 테이퍼링을 의미한다.
보스틱 총재는 테이퍼링 시작 시점에 대해 “오는 10~12월을 생각하고 있지만, 고용지표가 7월과 비슷하거나 더 잘 나오면 앞서가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 로젠그렌(Eric S. Rosengren) 보스턴 연은 총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을에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9월 중 발표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 두 달과 같은 고용 실적이 계속된다면 9월 (FOMC) 회의까지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는 올해 가을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7월 CPI 발표 후에도 테이퍼링 촉구 발언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경제가 내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캐플런 총재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좀처럼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수요가 급반등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2009~2013년의 테이퍼링 전례를 ‘교과서’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8개월에 걸쳐 매달 150억 달러씩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에스터 조지(Esther L. George)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도 같은 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경제 회복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통화완화 정책에서 좀 더 중립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조건으로 ‘상당한 경제의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과 ‘고용 회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지표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층은 아직 구체적인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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