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부는 20대의 질풍…'패닉바잉'에 상반기 나홀로 증가
아파트 매입, 30·40대는 줄었는데 20대 이하 16% 증가
20대 이하 추격 매수, 서울 전체 꺾였지만 강남3구엔 몰려
대출 문턱 높이자 거품 경고에도 '세입자 끼고라도' 매수
규제 강화할수록 주택을 내놓기보단 자녀 증여로 ‘눈 돌려’
부동산시장에서 젊은층의 ‘패닉바잉(Panic buying 공포에 의한 사재기)’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주택시장에선 30대의 ‘묻지마 매입’ 광풍이 휘몰아쳤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지역 아파트 구매 건수의 약 30%를 30대가 차지했다. 결혼·출산 등 가족 증가로 실 주택수요가 많은 40대(약 27%)를 앞질렀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엔 20대 이하의 ‘질풍노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택 매수세가 30대에선 한풀 꺾였지만 20대 이하로 옮겨 간 분위기다.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이어 이젠 ‘부모 찬스’까지 동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 학업·취업·군복무 등으로 이뤄지는 20대의 생활 유형을 고려하면, 20대 이하의 패닉바잉은 당장의 실거주 목적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 주택시장의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1년 상반기 20대 이하(1~29세)의 아파트 매수는 전국 2만2233건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상반기(1만9070건)보다 16% 넘게 증가했다. 2019년 상반기(8737건)에 비하면, 1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전체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감소했음에도, 유일하게 20대 이하에서만 거래가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45만2123건→37만3014건) 감소했다. 30대(10만3619건→9만3237건)와 40대(12만3637건→9만5883건) 등 고연령층 대부분에서 아파트 매매가 줄었다. 하지만 20대 이하의 거래만 ‘나 홀로’ 증가(16.6%)했다.
자금 동원력 부족해 갭 투자 방식의 매입 성행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지역별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지역은 서울이 1463건이다. 반면 경기 7648건, 인천 2219건으로 서울 거래건수보다 각각 5.2배, 1.5배 많다.
경기도 남양주 퇴계원읍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서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고 판단해 청년층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전세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금 동원력이 부족해 갭 투자 방식으로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대가 올해 1~5월 서울에서 보증금 승계나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한 건수가 69건으로 확인됐다. 7건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20대 이하의 아파트 사재기는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산가치 고평가 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20대 이하의 추격 매수가 몰리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는 2019년 상반기 474건에서 2020년 상반기 1712건으로 치솟았다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올해 상반기 1463건으로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남 3구에서만큼은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계약이 2019년 상반기 45건, 2020년 상반기 118건, 올해 상반기 164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강남구 7775만원, 서초구 6920만원, 송파구 5693만원이다. 전용면적 84㎡로 따지면, 강남3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20억원을 호가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11층 전용면적 84㎡형은 28억2000만원,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신원동 서초포레스타5단지 16층 전용면적 84㎡형은 1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15억원이 넘는 강남 지역 아파트를 20대가 사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부모 찬스’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매입 과정에서 각종 편법도 동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차용증을 쓰고 공증까지 한 뒤 매달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집을 구매해주는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부동산업계는 전한다.
통상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할 경우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액수에 따라 증여세율이 최저 10%(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최고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적용된다.
규제 강화하자 매도보다 자녀 증여 선택 증가
정부가 주택시장에 매물을 늘리기 위해 양도세·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늘리자, 매도보다는 증여로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증여 건수는 상반기 기준 2019년 2만9501건에서 2020년 3만5454건, 2021년 4만7282건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일수록 아파트 증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서울 지역에선 상반기 기준 2019년 5251건에서 지난해 8391건, 올해 8465건으로 증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8465건 가운데 강남3구가 3060건을 차지한다. 경기 지역에서도 상반기 기준 2019년 9826건, 지난해 9484건, 올해 1만5667건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세에 대해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청년층이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이 현 체계에선 어렵다는 판단 하에 기존 아파트를 사들이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라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 대출이 가급적 많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으로 청년층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거품 집값이라는 경고에도 서울 강남 매수세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서 교수는 “2030세대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린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인식이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적극 지원하는 등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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