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부터 부정거래 추출…카드사 ‘초개인화 서비스’ 어디까지?
대다수 카드사 AI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마케팅
“AI 기술력, 카드업계 내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
카드사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초개인화’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개인화’서비스란 개인의 상황·필요에 알맞은 개별적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 기법으로 꼽힌다. 카드사들이 보유한 고객 정보와 가맹점 데이터에 AI를 접목해 소비자 중심의 ‘초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각 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거센 공세와 함께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새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장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에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린 ‘불황형 흑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AI 챗봇’ 고객 만족·인력 효율화 장점…고객·카드사 ‘일거양득’
특히 밀레니얼·MZ세대의 경우 메신저와 문자 등을 통한 채팅에 익숙하고 유선통화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어 챗봇 이용 시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고 거부감도 낮아 쉽고 간편하게 문의를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24시간 고객 응대와 자동 상담이 가능해 단순 조회·제신고 등 간단상담 처리는 챗봇으로 유도하고, 복잡한 질의나 추가 요청 건은 상담원이 응대함으로써 상담인력 효율화와 추가 마케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가 지난 2017년 AI 챗봇 ‘파니(FANi)’를 상용화했다. 고객 맞춤형 카드 추천 등 질문 빈도가 높은 400여종의 질문에 대해 일상어 중심의 대화와 질문 자동 완성 등 개인화된 메뉴를 중심으로 영업・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신한카드만의 인공지능 기술과 2700만 빅데이터 결합을 통한 자연어 처리 능력까지 갖춘 서비스로 진화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말에는 챗봇과 고객 개개인별 상황에 따른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플랫폼’에 대해 금융권 최초로 ‘에이아이플러스(AI+)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에이아이플러스(AI+) 인증 제도는 한국표준협회가 ISO(국제표준화기구·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제품의 신뢰성과 안정성 등에 대한 품질을 검증하는 제도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8월 AI 기반 챗봇 서비스 ‘큐디(Qd)’의 상담 가능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큐디 2.0’을 선보였다. 이번 개선 작업은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신년사에서 경영 목표로 제시한 ‘디지털 경쟁력 측면에서 확고한 차별성 확보’의 일환으로 챗봇 서비스 이용 가능 채널과 처리 가능 업무 범위 확대를 통한 고객 편의성 증대와 데이터 분석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 강화에 초첨을 맞춰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롯데카드도 지난 2018년 4월 챗봇 서비스에 AI를 적용했다. 그 동안 축적된 유형별 수십만 건의 고객 상담 정보와 결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 가능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상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계속 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머신러닝 기반의 개인화 플랫폼을 자체 구축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별 고객을 200여개 선호 지수로 분류하고 위치·상황·경험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롯데카드 앱에 적용했다. 앱 이용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화 속성에 따라 최적의 맞춤형 혜택과 서비스, 이벤트 소식 등을 간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 역시 2019년 초 챗봇 서비스 ‘DAB(답)’을 출시했다. ‘DAB’ 서비스는 업계 최초로 ‘ARS↔챗봇↔톡상담’ 3개 채널이 연계돼 유기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챗봇에 “이번 달 결제금액을 알려 달라”고 입력하면 이달 결제예상금액을 조회해 답을 띄워주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화면에 띄워서 보여준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단순 질의응답만 가능했던 기존 1~2세대의 챗봇 시스템과는 달리 우리카드 챗봇 서비스 DAB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며 “챗봇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딥러닝 활용 AI 시스템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써 반드시 구축되어야 할 필수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음성인식과 추가거래 개발 등을 통한 고도화로 단기·장기카드 대출과 캐피탈 등 대상 업무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 맞춤식’ 마케팅 진화…“딥러닝 활용해 부정거래 잡는다”
BC카드가 보유한 320만 가맹점과 3600만 고객 데이터, 월 약 5억건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채널·상권 요소로 세분화해 심층 분석을 실시한다. 외식·소비재·유통 등 카드 매출이 발생하는 모든 업종에 맞춤형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먼저 고객 분석은 시장 현황과 브랜드 트랜드, 소비자 행동으로 구성된다. 해당 업종 전체 이용액·거래 건수·브랜드별 매출 현황·방문 빈도 등으로 세분화해 기업의 니즈에 맞는 데이터가 제공된다.
기업이 최우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채널도 조언해준다.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시간대별·요일별 매출 자료를 기반으로 각 채널별 고객 이용 특성을 분석해 의뢰 기업이 집중해야 하는 채널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BC카드가 보유한 전국 1200여개 상권 정보와 250여개 업종별 카드 이용 현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차원적인 상권 분석 자료도 제공한다. 해당 지역 최대 3Km 내 유사 점포와 유동 인구 분석(소득·가구 현황 등)을 통해 점포별 안정성과 성장성을 예측해 준다.
BC카드 관계자는 “당사가 운영중인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에는 플랫폼 산하 13개 기업과 1개의 공공기관이 참여해 카드 소비·보험·증권·투자·유동인구·부동산·맛집·소셜 데이터를 생산 및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600여개 기업과 6000여명이 기존 서비스 강화와 신규 서비스 출시에 활용돼 관련 업종의 대상 기업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AI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도입한 카드 부정사용거래 적발 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의 부정 거래 데이터만을 가지고 유사패턴을 조기 차단하는 것보다 신종 사기거래 징후를 미리 포착해서 피해를 막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데이터에 기반해 자동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한 후 부정거래를 잡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기존엔 유흥주점에서 카드 이용이 많은 고객의 경우 사전에 지표화 된 위험도 점수가 높아 평소와 다르게 고액 사용이 발생하거나 동일 가맹점에서 반복 사용이 등이 있어도 정상 거래로 판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딥러닝이 적용된 FDS에선 기계 스스로 정상 거래 패턴과 부정 거래 패턴을 분석·학습해 이상 거래 여부를 판별하고 적발한다.
업계에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딥러닝을 적용한 FDS을 도입했다. 최근 이들은 기존 딥러닝 기술에서 고도화된 최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도입해 성능을 개선했고, 추가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고패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이 AI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 구축과 개발, 인력 확충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추후 고객 중심 서비스를 위한 AI 기술력이 업계 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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