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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고 호황기 맞은 제약·바이오 M&A 시장…최후 승자는 어디?

대기업부터 바이오 기업까지 M&A 경쟁 치열
성공 시 막대한 부가가치·성장 잠재력 매력적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서지만 모두 성공할 수 없어

SK(주) 프랑스 유전자 세포 치료제 CMO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사진 SK(주) ]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은 그야말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투자 광풍이 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제약·바이오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에 타 업종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중이다.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고, 빠른 시간에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 M&A 중 가장 뜨거운 대상은 휴젤이다. 휴젤 인수자에 대한 윤곽이 이번 주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 GS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GS컨소시엄은 GS그룹을 비롯 국내 사모펀드, 중국 사모펀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등 4자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골드만삭스운용이 다국적제약사, 린드먼아시아 등과 3자 연합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 인수전 치열…삼성·LG·신세계 등 대기업도 인수 검토    

휴젤 인수전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신세계그룹, SK그룹, LG그룹에서도 휴젤 인수를 검토했으나 2조원을 상회하는 비싼 인수가에 발을 뺐다. 
 
휴젤의 최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휴젤 지분 44.4%를 최대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매각하고 싶어 한다. 베인은 2017년 휴젤 지분을 9275억원에 인수했으니 몸값이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베인이 배짱 있게 몸값을 제시하는 이유는 휴젤이 현재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휴젤은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매출의 절반 가까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바이오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휴젤은 더욱 매력적인 알짜 매물로 떠올랐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개발보다 이미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보톡스 분야를 통해 바이오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꽤 괜찮은 전략이 된 것이다. 또한 휴젤과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고, 뷰티 분야 등 사업 확장에도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쉽지 않은 신약개발…R&D 시너지·사업 확대 노려  

바이오산업 진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형 기업들조차도 R&D(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쏟고도 실패할 수 있는 분야다. 이에 기업들은 인공지능(AI)나 플랫폼 기술 등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벤처 인수를 통해 R&D 시너지와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2018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에 넘긴 CJ제일제당이 신약 사업 재진출을 알린 것도 큰 이슈였다. CJ제일제당이 신성장동력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 인수다. 천랩을 약 983억원에 인수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섰다. 천랩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그린(농업·식품·자원)·화이트바이오(화학·에너지)에 이어 레드바이오(보건·의료)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7월 신약 연구개발업체 아이리드비엠에스를 130억원에 인수했다. 최종 지분율 약 40%를 확보해 해당 회사를 일동제약의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벤처 연구팀으로 출발해 작년 12월 스핀 오프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글로벌 진출 위한 M&A 활발  

이렇듯 제약·바이오 기업을 M&A 하는 이유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 확대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세대 유망 분야를 개척할 수 있고, 현지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확장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SK㈜는 지난 3월 SK팜테코를 통해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이스포케시를 인수했다. 이 분야는 높은 기술과 고숙련의 인력이 필요해 M&A를 통해 사업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SK㈜는 지난 2017년 BMS사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후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며 글로벌 CMO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SK팜테코는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글로벌 확장 전인 2016년 대비 약 7배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의 첫 번째 대형 M&A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2분기에만 172억원의 매출을 올린 간장용제 ‘고덱스캡슐’을 비롯한 기존 제품과 고혈압치료제 ‘이달비’ 등 다케다제약에서 인수한 제품이 안정적 매출을 올렸다.
 

M&A 실패 가능성 염두 해야…성공 시 막대한 부가가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로슈, 바이엘 등 해외 유명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M&A는 빠른 성장을 하는 데 좋은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1999년 업계 14위에 불과했지만 워너램버트제약, 파마시아와 와이어스 등 잇달아 인수하며 세계 최대 제약회사로 거듭났다. M&A는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성과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실패할 수도 있다.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인수하거나 산업변화나 사업적 시너지를 면밀히 분석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 등이 그 예이다. 이번 휴젤 M&A 건만 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검토에 나섰지만 비싼 가격·사업적 시너지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래 부가가치를 판단해 인수를 추진한 곳도 있다. 엠투엔은 7월 인수대금 600억원으로 주식 1875만주를 인수하면서 신라젠 지분 20.7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8월 1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엠투엔 출신 대표 등 신규 이사진도 선임됐다. 이달 말 4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수혈될 예정으로 신라젠의 거래재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엠투엔은 독성화학물질 등을 담는 철강재 용기인 스틸드럼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업체 그린파이어바이오를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발을 들인 엠투엔은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을 지원하는 한편, 신규 파이프라인 추가 도입 등을 통해 신라젠을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9년 8월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실패 발표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후 경영진들이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2020년 5월 4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런 상황의 신라젠을 인수한 엠투엔도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신라젠이 거래 재개에 성공하면 엠투엔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이에 더해 펙사벡이나 도입한 후보물질들이 향후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업 입장에서 신규사업에 드는 기간·투자비용을 절감하고, 숙련기술·인력확보와 점유율 상승에 따른 이익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회사의 재무 상황과 M&A 따른 시너지 등을 철저히 분석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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