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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 어떤 게 대체육일까요?”…블라인드 테스트해보니 대체육 경쟁력 느껴

[르포] 충북 음성 ‘디보션푸드’ 대체육 공장
국내 최초로 ‘식물성 피’ 개발, 상용화에 성공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불고기버거와 대체육 제조사 비욘드미트, 디보션푸드의 패티로 만든 버거가 무작위로 놓여 있다. [사진 문상덕 기자]
사람 키보다 큰 기계에서 납작한 고기패티가 쏟아져 나온다. 패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곧장 급속 냉동실로 들어간다. 쉽게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패티를 진공 포장하면 소비자에게 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육류가공 공장이라면 날 법한 피 냄새가 안 난다. 고깃덩어리를 넣고 분쇄하는 공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고기를 만들어내는 설비가 공장 한쪽에 있다. 진짜 고기였다면 마블링을 만들어냈을 지방부터 비릿한 풍미를 내는 가짜 피, 그리고 재료를 풀어지지 않게 하는 결착재까지 이곳에서 만든다. 이것들을 섞은 뒤 모양을 내면 패티가 나온다.
 
이곳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디보션푸드’가 지난 7월 충북 음성군에 세운 공장이다. 약 1653㎡(500평) 공간에서 대체육 패티를 하루 3t까지 만들 수 있다. 한 달 시운전을 마치고 이달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지만, 모르고도 사 먹을 수 있다. 유력 식품업체에 납품을 앞두고 있어서다. 실전을 코앞에 두고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을 지난 23일 찾았다.
 
처음으로 공장을 공개한단 박 대표지만, 불문에 부쳐지는 설비가 많았다. 식물성 피나 결착제 등 재료를 만드는 공정이 그랬다. 이곳에선 본격적인 생산 공정에 앞서 재료를 준비한단 뜻에서 ‘전처리 공정’이라고 부른다. 다른 업체에서 따라 할까 봐 특허 등록도 안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 업계에선 설비만 봐도 ‘어떻게 만들어내는구나’ 단박에 아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괜한 걱정이 아닌 듯하다. 신세계푸드·농심 등 식품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체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서다. 기술력을 내걸고 나온 경쟁 스타트업도 있다. 공동 창업자인 이용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식물성 지방은 A사가 좋다’라는 식으로 업계 표준이 없다 보니 원천기술 싸움이 심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분자요리를 전공했다는 박형수 디보션푸드 대표는 연구진과 함께 지난 2년간 이 재료들을 개발해왔다. 진짜 고기와 다르지 않은 식감을 내는 게 목표였다. 대신 칼로리는 더 낮고 영양소는 더 많게 했다. 2018년 처음 창업했을 땐 미국에서 함께 요리를 배운 이 CTO와 둘이서 시작했지만, 판이 커지면서 약학·영양학 박사들이 개발에 합류했다.
 
처음 만든 결과물은 형편없었다. 박 대표는 “10명이 시식했는데 맛있다고 한 사람이 한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버전은 달랐다. 500명 중 70%가 호평했다. 요식업계에서도 이 정도면 ‘대박 메뉴’로 친다. 맛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삼성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경쟁사 제품과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니

디보션푸드 공장에서 만든 대체육 패티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사실 식물성 고기의 역사는 짧지 않다. 국내에서도 콩·쌀겨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콩고기’가 1971년에 처음 나왔다. 그런데도 투자사에서 이 업체에 관심을 가진 건 식물성 피를 만드는 기술 때문이었다.
 
현재 시장에선 대체육 제품 중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서 만든 걸 가장 고급으로 친다. 100g당 1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도 이 회사 제품을 프라이팬에 구워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노릇하게 색깔이 변하는 진짜 고기와 다르게, 붉은색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생고기를 연출하려고 낸 붉은 색 색소가 유지돼서 그렇다.  
 
이걸 해결한 게 미국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였다. 콩 뿌리에서 인간 헤모글로빈과 유전적으로 70% 닮은 성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걸 맥주 발효법을 차용해 대량 생산했다. 덕분에 이 회사 제품은 구웠을 때도 진짜 고기의 외양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3년 차 신생 스타트업이 이 기술을 구현했다고 하니 주목받는 건 당연했다.  
 
관건은 맛이다. 동물의 피는 지방과 함께 풍미를 내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 업체에서 개발한 식물성 피가 맛까지 따라 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기자가 패스트푸드업체 L사의 만든 불고기버거와 비욘드미트·디보션푸드 패티를 각각 넣은 버거를 차례로 시식했다. 안대를 껴서 눈으론 구분 못 하게 했다. 
 
L사 불고기버거는 바로 알아챘다. 첫 번째 사진에서 가운데 것이다. 강한 불고기 소스 맛에 꾸덕꾸덕한 식감이 익숙했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이 디보션푸드 패티로 만든 버거였다. L사 패티보다 맛이 담백한데, 취향에 따라 이쪽을 더 좋아할 사람이 있을 법했다. 맛만큼 쉽게 느껴진 건 식감이었다. 고기패티와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씹는 맛이 있었다. 반면 사진에서 왼쪽인 비욘드미트의 패티는 씹는 순간 입자들이 흩어졌다. 적어도 ‘업계 1위’ 비욘드미트와 한번 붙어볼 만한 실력은 갖춘 듯했다.
 
비욘드미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체육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4억680만 달러(4751억4240만원) 매출을 올렸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보다 36.6% 늘었다. 전 직원 6명인 디보션푸드는 공장 오픈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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