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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없애는 기업들..."필요한 인재 적기에 뽑겠다"

4대 그룹 중 삼성만 공채 유지
814개 기업에 물었더니 '하반기 정기공채'는 35.6%

 
 
지난해 열린 SK 그룹 상반기 공채 SKCT(인적성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고사장 입실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채용시장에서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공채)’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채용방식을 수시모집 체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과 기업의 입장은 갈린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는 “취업 준비만 더 고되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 기업은 “꼭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뽑겠다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대기업 하반기 채용 일정이 하나둘 발표되고 있다. 대세는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올해까지는 수시채용과 그룹 차원의 공채를 병행한다. 현재 열린 그룹 공채에는 5개 사(SK주식회사 C&C, SK이노베이션, SK E&S, SK실트론, SK바이오팜)가 참여한다. 
 
SK하이닉스는 별도로 올해부터 수시채용 방식을 적용해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만 세 번째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직무별 특화된 인재를 채용하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직무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수시채용 전환 후에도 이전 공채에 비해 채용 규모는 줄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대략 연 1000명 내외(신입·경력 포함)를 뽑아왔다”며 “회사에서 연간 필요한 인원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정기 공채로 뽑는 인원수와 수시채용으로 뽑는 인원수 자체를 비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정기채용을 없애고, 연중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4대 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는 삼성그룹은 9월 중으로 3급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물산, 제일기획,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수시채용을 택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인재를 효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추진 사업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뽑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다”며 “수시채용이 보편화 되면 취업준비생들에게 일 년에 두 번 진행되는 공채보다 수시 채용으로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정기 공채의 소멸은 대기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 전반이 수시 공채를 늘이는 반면, 정기 공채 비중은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해 7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등 814개사를 대상으로 ‘2021 하반기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 가운데 ‘정기공채’를 택한 곳은 35.6%, ‘수시공채’는 48.9%를 차지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추이를 보면 정기공채 비중은 14.0%포인트 감소하고 수시공채 비중은 18.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준비생들 “직무경험·스펙관리 등 준비할 것만 더 많아져”  

관광 산업 취업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취준생들은 수시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직무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 “채용 홈페이지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지원자들도 여럿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송다빈(가명·26)씨는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면 채용 일정 뜨는 걸 모를 수가 없다”면서도 “원하는 분야·직군이 언제 뜰지 몰라서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소 피로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 적합한 인력을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점차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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