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탑골공원] 27년 ‘갈색병’ 카스가 투명해진 까닭은
1994년 출시해 올해로 27년 맞이한 카스
2012년부터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차지
올해는 투명병으로 바꾸며 새 이미지 구축
“그땐 그랬지.” 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억 속 옛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 소환', 1020세대에겐 '옛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입니다. 1990년대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인기를 끌던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통가 확장판이죠. 당대 스타의 광고 사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춰보겠습니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 ‘카스’가 1994년 출시 이후 27년 만에 변화를 꾀했다. 그동안 한번도 바꾸지 않았던 갈색병을 투명병으로 바꾼 것이다. 영문 제품명 ‘CASS’를 뒤집은 ‘SSAC’를 광고 카피로 내세우며, 영문 발음대로 제품을 ‘싹~’ 바꿨다.
맥주업계가 갈색병을 고수한 데는 이유가 있다. 맥주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홉이 장시간 빛에 노출되면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는 ‘일광취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빛 노출을 최소화하는 갈색병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카스는 빛에 강한 정제홉을 사용하면서 이를 해결하고, 올여름 ‘투명병 카스’로 진화했다.
‘남성’ 강조하던 슬로건에서 ‘젊음’으로 변화
여기에 올해엔 맥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를 알려주는 ‘쿨 타이머’를 라벨지에 더했다. 적정 온도가 되면 라벨지에 하얀 눈꽃송이가 나타나고, 눈꽃송이 옆에 적힌 영문 ‘FRESH’가 하얀색에서 밝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눈꽃송이와 파란 FRESH가 선명하지 않다면, 카스를 마시기에 적정한 온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병 디자인도 조금씩 변화했다. 2017년 카스는 밋밋하던 맥주병 어깨 부분에 CASS 로고를 양각으로 새기고, 몸통 부분에 살짝 굴곡진 V자 형태를 만들었다.
광고 카피도 27년간 20여 가지가 넘는 문구를 사용하며, 다양한 고객을 겨냥했다. 1994년 ‘신선해서 맛있다’를 시작으로 1995년 ‘남자맥주’, 2010년 ‘짜릿한 이 순간’, 2012~2014년 ‘살아있는 이 순간’, 2015~2018년 ‘부딪쳐라 짜릿하게’, 2021년 ‘SSAC 바뀐 올뉴카스’ 등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출시 당시엔 주류 소비층이 주로 남성이었기 때문에 ‘남자’가 광고 카피에 다수 등장했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젊음’에 집중한 광고 슬로건을 내놨다.
광고 모델로는 조인성, 이민호, 김수현, 지창욱, 이종석, 김우빈 등 당대 남자 스타 배우들을 대거 발탁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성 배우인 윤여정을 카스 모델로 기용했다. 최장기 모델은 배우 최민수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활동했다.
27년 동안 유일하게 유지한 것은 ‘맥주 레시피’
27년 동안 출시 그대로 유지한 것도 있다. 바로 맥주 레시피, ‘맛’이다. 카스는 출시 당시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톡 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라거 타입 맥주를 개발했는데 현재까지 첫 맥주 레시피를 그대로 사용해 일관된 맥주 맛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의 대중화로 맥주업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2012년 이후 10년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개발 당시 20~30대를 주요 소비자로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는데 당시 2030세대가 현재의 4050세대가 됐다”며 “카스가 20여년간 같은 맛을 유지했기 때문에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국민맥주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즐겨라'에서 '힘내라', 20대 응원 메시지 더해
지난해부터 카스는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카스는 이전까지 오프라인 행사로 열던 뮤직 페스티벌을 올해엔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로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8만명이 동시 접속하고, 83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0대의 ‘먹고 마시고 즐기기’는 모습을 그린 광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 8월 공개된 광고에는 치열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20대들이 등장한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를 위한 응원 메시지가 담겼다.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첫 CF 작품이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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