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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스타일] 알고 나면 더 매력적인 ‘샴페인 빈티지’

 
돔 페리뇽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와 임정식 셰프의 음식 페어링1-제주산 옥돔구이와 타이소스의 조합 [사진 임정식 셰프]
 
“한 잔의 샴페인은 유쾌함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치가 넘치게 한다.” “샴페인은 승리에는 마실 자격이 되고, 패배에도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그는 대단한 샴페인 마니아였고,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역사적 저작물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필가였다. 누구라도 샴페인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처칠처럼 샴페인에 대한 가장 적확하고 멋진 예찬을 남긴 사람은 없을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역 오빌레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사였던 돔 페리뇽에 의해 탄생한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은 처칠의 말처럼 행복한 순간에도, 용기가 필요할 때도 어울리는 술이다. 샴페인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린 샴페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샴페인도 과연 ‘빈티지’가 중요할까? 일반적으로 포도의 수확연도를 가리키는 빈티지는 와인의 품질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포도의 작황이 좋았던 해에 만든 와인이 일반적으로 더 맛있기 때문이다.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일수록 포텐셜(잠재적 가능성)이 좋다는 얘기다. 그만큼 잘 만들어지고 잘 관리된 와인으로 숙성된 깊은 맛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 ‘샴페인’은 대체로 논빈티지인 게 일반적이다. 해마다 다른 포도 작황에 휘둘리기보다 여러 해의 포도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는 맛·향·색깔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는 전통 때문이다.  
 
하지만 샴페인의 대명사로 유명한 돔 페리뇽 하우스는 샴페인의 빈티지를 고집한다. 최악의 자연조건으로 포도 작황이 안 좋으면 그 해의 와인을 만들지 않아서 빈티지를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이는 한 해의 장사를 손해 보는 일이다. 그런데도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하는 돔 페리뇽 하우스의 이유는 이렇다. “매해 달라지는 자연의 이야기 또한 샴페인의 개성이다.”  
 

두 번째 절정 맞은 샴페인 ‘플레니튜드 2’  

생산되는 모든 샴페인에 빈티지를 표시하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인 돔 페리뇽의 최소 빈티지는 8년이다. 이렇게 완성된 샴페인을 돔 페리뇽에선 1차 절정을 맞은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이때 유난히 작황이 좋았던 빈티지의 샴페인을 다시 7~8년 간 숙성시키면 2차 절정을 맞은 샴페인을 얻을 수 있다. 1차, 2차 숙성 기간을 합해 약 15년이 지나면 각 병에 내재된 에너지는 팽창의 최고조에 달하면서 신비로운 생기의 정점에 달한다. 돔 페리뇽이 자랑하는 ‘플레니튜드2’의 탄생이다.  
 
플레니튜드(Plénitude)는 절정이라는 뜻. 말하자면 ‘플레니튜드 2’는 두 번째 절정을 맞은 샴페인이다. 감내해야 할 시간이 길었던 만큼 ‘플레니튜드 2’는 더 넓고, 더 길고, 더 강렬한 맛과 향, 색깔을 지니게 된다. 숙성의 마술, 시간의 힘이 만들어내는 도전의 결과다.  
올여름 돔 페리뇽이 선보인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에는 더욱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3년 샹파뉴 지방에서 와인을 만든 몇 안 되는 샴페인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4월 초 심한 서리로 인해 그해 포도 작황은 이미 상당량 소실됐다. 5월 말부터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례적인 수준의 고온이 기록됐다. 샹파뉴 지방을 강타한 폭염으로 53년 만에 가장 덥고, 최근 10년 사이 가장 건조한 여름 날씨가 지속됐다.  
 
그런데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된 8월의 이른 수확시기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822년 이후 상파뉴 지방에서 가장 이르게 진행된 수확이었는데 포도의 성숙도와 상태가 훌륭했던 것. 한 해 동안 춥고 덥고, 극과 극의 기후조건을 거친 포도는 놀랍도록 고농축된 풍미를 갖고 있었다. 와인 메이커들은 1947, 1959, 1976년 전설의 빈티지를 떠올릴 정도였다고 한다. 돔 페리뇽이 자랑스러워하고, 샴페인 마니아들이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를 주목하는 이유다.  
 
미슐랭 스타 셰프 임정식 [사진 임정식 셰프]
 
지난 6월 11일에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임정식 셰프와 함께하는 흥미로운 이벤트도 진행됐다. 2016년부터 시작된 ‘돔 페리뇽X임정식’ 협업은 새로 선보인 샴페인과 어울리는 음식 페어링을 소개하는 행사다.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를 미리 테이스팅한 임 셰프가 이 샴페인의 다양한 면모를 더 극대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요리를 창조한 것. 미네랄이 풍부한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에 기본적으로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식재료 캐비어를 비롯해 제주산 옥돔, 한우, 문어 등으로 구성된 메뉴가 펼쳐졌다.  
 
이날 선보인 메뉴 중 흥미로웠던 건 ‘타이 코코넛 커리’ 소스를 이용한 요리였다. 동남아 커리 소스와 프랑스 샴페인의 특별한 페어링을 생각해낸 건 임 셰프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던 것. 임 셰프는 “기존의 도식적인 페어링 대신에 스토리를 곁들인 메뉴를 생각했다”며 “일반적인 샴페인은 2종의 청포도를 블렌딩하는 데 반해 돔 페리뇽 샴페인은 3종의 포도를 블렌딩한다는 걸 알고 더 복잡하고 오묘한 맛의 하모니를 끌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각기 다른 풍미로 만들어지고 있는 커리 소스를 곁들여봤다”고 했다.  
 
숯불에 구운 한국의 제주산 옥돔과 동남아식 타이 소스, 그리고 프랑스 샴페인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조합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 임 셰프의 레스토랑인 ‘정식당’에서는 ‘빈티지 2003 플레니튜드2’와의 페어링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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