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결국 소송전…남양유업 ‘매각의 난’ 어디서부터 꼬였나
- 한앤컴퍼니, 홍원식 회장 상대로 소송…“계약 이행”
홍 회장 “계약상 비밀유지 위반, 협의는 계속할 것”
매각 종료일 8월 31일…선결 조건은 미궁 속으로
양측 입장차 줄이기 어려워…기일 넘기면 소송전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소송전으로 가게 됐다. 포문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면서 열렸다. 지난 5월 작성한 계약서대로 매각을 이행하라는 게 골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매각이 틀어지게 된 배경과 결과를 추측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홍 회장이 주주총회를 연기하면서 변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쪽이 이길지다. 양측의 매각 계약 종료일은 8월31일. 최종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남양유업 매각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새 주인의 소 제기…계약 이행 vs 협의 '입장차'
한앤코는 또 운용사로서 마땅한 책무 혹은 시장의 질서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태를 방치할 경우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남양유업 측은 한앤코의 갑작스러운 소송 발표를 전혀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일각에선 딜 클로징을 하루 앞두고 소송 이슈가 불거진 것에 대해 한앤코 측이 하루 동안 홍 회장을 압박하는 카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 측도 합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한앤코 관계자는 “남양유업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당사의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매도인이 언제든 계약 이행을 결심하면 거래가 종결되고 소송도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수인과 매도인 입장차가 상이해 한쪽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이상 하루 만에 입장차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이 있다 보니 말을 아끼고 있지만 31일이 지나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사실상 법적 분쟁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거래종결을 위한 협의 기한이 아직 남았고, 남은 기간이라도 계약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의를 제안하고 있었다”면서 “인수인 측이 소를 제기하고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시한까지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백미당?…홍원식은 왜 ‘변심’ 했나
여기서 핵심은 한앤코가 발표한 ‘홍 회장 측의 무리한 요구’다. 한앤코는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매각가’와 ‘백미당’이 요구 조건으로 거론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먼저 매각가다. 홍 회장이 최근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을 두고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 회장이 지난 5월 한앤코와 남양유업 지분 53.07%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가격은 3107억원. 이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건물, 토지 등)의 순장부가액(3693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헐값 매각이라는 평이 많았다. PE 대부분도 당시 계약 조건이 한앤코에게 유리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홍 회장 입장에선 30년간 일궈온 알짜 회사를 헐값에 넘긴다는 데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고, 매각가를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를 한앤코 측에 해오다 관계가 틀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하나의 배경으론 남양유업의 카페 브랜드 ‘백미당(百味堂) 1964’이 거론된다. 백미당은 2014년 남양유업이 론칭한 아이스크림 디저트카페 브랜드로, 전국에 85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백미당에 대한 오너 일가의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홍 회장 부인인 이운경씨가 백미당에 브랜드 론칭부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홍 회장의 차남 홍범석 상무는 2009년 남양유업에 입사한 뒤부터 백미당 등을 이끄는 외식사업본부장을 맡아왔다. 현재까지도 백미당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성과를 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백미당 매출은 남양유업이 외식사업본부 실적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알짜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 상반기 남양유업에서 외식사업 등을 포함한 기타 매출은 30%에 육박한다.
홍 회장 입장에선 회사를 넘기더라도 백미당 브랜드는 어떻게든 품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계약서에 담지 못해 문제가 됐고 홍 회장이 협의 조건에 백미당을 넣으면서 입장차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업계에선 사실상 하루 안에 양측이 온도 차를 줄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의 요구를 매매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사안이 아닌 데다 무리한 요청이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회장 측 역시 협의를 통한 계약 이행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개인과 개인 거래다 보니 계약조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양측이 조건을 두고 상이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까지 합의점을 찾는다는 입장이지만, 매각기일을 넘긴다면 매도인(홍 회장)도 추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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