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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 경영의 시너지, 2차 성장기 접어든 대주전자재료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⑨]

임일지 사장이 경영 총괄하고, 임중규 부사장이 개발 이끌고.
세계 최초의 실리콘계 음극재 기술 개발해 시장 선점
전자재료에서 2차전지 소재 업체로 영역 확장

 
 
경기 시흥 정왕동 대주전자재료 본사 전경. [사진 네이버지도]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대주전자재료는 전자재료 제조업체에서 2차전지 소재업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가 눈에 띄게 커졌다. 임무현 회장(73)이 1981년 대주전자재료를 창업해 내로라하는 전자재료 업체로 키웠다면 임일지(51)와 임중규(46) 공동대표가 2018년 경영권을 이어받아 2차전지 음극재 소재와 태양광전지 전극재료 등 친환경 소재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2차전지용 실리콘계 음극재 개발이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전기차용 파우치셀에 들어가는 실리콘계 음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하면서 2차전지 소재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임무현 회장 바톤받아 2세 임일지·임중규 경영체제

대주전자재료는 2세 경영체제가 자리 잡았다. 임무현 회장은 경영권을 2세에게 넘기고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임 회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4년간 노동운동가로 일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연루돼 고초를 겪은 뒤 대주전자재료를 창업했다. 창업 당시 실버 페이스트(은 분말) 기술을 이전받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구니미네 노부로 박사를 찾아갔다. 노부로 박사는 실버 페이스트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였다. 낯선 이방인을 만나기 꺼려하다가 임 회장이 집 앞에서 일주일간 버티자 감복해 기술이전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대주전자재료는 실버 페이스트 제품을 국내 최초로 생산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디스플레이용 나노분말부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부품 소재까지 전자소재를 국산화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회사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자리잡고 2세들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2차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임일지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입사해 29년째 재직하고 있다. 동생 임중규 부사장은 서강대 화공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해 21년째 일하고 있다. 임일지 사장이 경영을 총괄한다면 임중규 부사장은 나노분말과 형광체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분은 임중규 부사장이 임일지 사장보다 조금 많아 최대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신재생에너지사업 박차 가하는 대주전자재료

2세 경영진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문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다. 대주전자재료는 2005년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고효율 태양전지용전극재료 개발 과제를 수주해 2012년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을 팔고 있다. 국내 태양광 전지 시장은 지난해 4기가와트(GW) 보급됐고 올해는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2022년까지 200GW까지 수요가 폭증할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력이나 양산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어 태양광 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는 부문은 2차전지 음극재 소재 사업이다. 전기차용 파우치셀에 들어가는 실리콘계 음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고효율 실리콘산화물 음극재’ 핵심 물질 특허를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에 등록했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쉐 타이칸의 배터리에 실리콘계 음극재를 탑재할 수 있었다. 실리콘계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가 4배 이상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고 급속 충전에도 유리하다.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는 기업은 대주전자재료와 일본 신에츠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 전망도 밝아

아직까지는 전도성 페이스트 부문 매출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 음극재 부문이 회사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쉐 타이칸 배터리에 음극재를 탑재하면서 기업가치는 5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커졌다. 대주전자재료는 2030년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해 해마다 연구개발비로 약 8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또 실리콘 음극재 월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7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전 세계 실리콘 음극재시장은 지난해 133억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 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실리콘계 음극재 사용량을 늘린다고 밝혔다. 얼티엄셀즈는 2022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1공장, 2023년 미국 테네시주에 2공장을 지으면서 생산능력을 각각 35GWh(기가와트시), 총 70GWh로 늘릴 계획이다. 대주전자재료는 얼티엄셀즈 공장에 실리콘계 음극재로 공급할 예정이다. 자동차와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들을 고객사로 삼은만큼 대주전자재료는 다른 2차전지 소재업체보다 안정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재재료 부문에서 보였던 대주전자재료의 리더십이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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