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우리가 이겼다" 외친 이유
6일 ICC 중재재판부 결과 두고 교보생명-어피니티 다른 해석
중재 결과 "풋옵션 자체가 무효"… 신창재 회장 승리했나
어피니티 측 "신 회장이 계약위반한 것이 핵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등, 싱가포르투자청)간의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부 결과가 나왔음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양측은 ICC 중재재판부 판정 결과에 대해 서로 "승리했다"고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함께 이달 진행되는 교보생명과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간 형사재판 2차 공판 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가능성도 커졌다.
판결문 보고 서로 '다른 해석'
교보생명은 지난 6일 ICC 중재재판부가 어피니티 컨소시엄간의 풋옵션 분쟁과 관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측은 중재재판부 결과에 대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신 회장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행사가격 40만9000원이 신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으나 중재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상 ‘기업공개(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장에 대해서도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다"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분쟁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2018년 10월, 교보생명의 IPO 지연에 반발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안한 풋옵션 가격을 신 회장 측이 거부하며 결국 ICC 중재를 받기 이르렀다.
교보생명의 '승소 입장'이 나온 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ICC 중재재판부 판결문 원문을 공개하며 교보생명이 잘못된 해석을 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ICC가 신 회장에게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중재 비용 100% 및 변호사비용 50% 부담을 명했으므로 자신들이 이번 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ICC 중재재판부는 교보생명 주주간 계약 의무 위반 관련 사건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어피니티 컨소시움) 측에 최종 승소의 판정을 내렸다"며 "중재재판부는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서에 따라 합의된 풋옵션 부여(기한 내 미 상장 시), 풋옵션 행사 시 가치평가를 위해 마련된 사전 절차 사항 등 관련 계약상 주요 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는 "'풋옵션 조항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다음 절차 이행을 안했다'는 신회장 측 주장은 이번 판결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 결론났다"며 "계약은 신뢰를 건 약속이고 자본시장의 근간임을 확인해준 판정 결과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풋옵션 무효" VS "신 회장 계약 위반이 핵심"
중재재판부 결과를 두고 양측이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서로 판결문의 핵심 부분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ICC 중재재판부가 '40만9000원의 풋옵션 가격을 신 회장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애초 이번 분쟁의 핵심은 풋옵션 행사를 두고 생긴 분쟁이기 때문에 재판부의 '풋옵션 가격 미지급 판정'은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중재판결의 핵심은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이 행사한 40만9000원의 풋옵션 효력이 무효가 됐다는 점"이라며 "재판부에서 풋옵션 가격이나 이자 부분에 대해 지급하지 않아도 판단했기 때문에 사실상 신 회장 측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IPO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교보생명의 계약 위반 부분에 대해서 ICC 중재재판부는 손해를 배상할 정도까지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의 일부 이사가 실제 IPO 추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반면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판결문 원문을 공개하며 ICC 중재재판부의 재판 비용 부담 부분을 강조했다. 대체로 재판에서 패소한 측이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국제 중재재판의 경우 법률비용 부담 측이 반드시 패소했다고 볼 수 없어, 패소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판결문에서 '이 모든 분쟁은 신창재 회장이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도 교보생명이 패소했다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판결문 해석과 별개로 ICC 중재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결국 '풋옵션' 자체는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행위 자체는 인정했지만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 40만9000원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을 내려 향후 풋옵션 가치 산정과 관련된 갈등의 불씨를 남긴 셈이다.
교보생명 측은 이번 중재를 통해 신 회장이 이번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했다는 입장이어서 특별한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의 움직임에 따라 관련 대응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형사 재판에 얽혀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달 1차 공판을 마쳤다. 2차 공판은 이달 10일로 예정됐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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