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1년 ‘종합농협’으로 첫발을 뗀 농협. 농협은 지난 60년 역사 속에 자주적 협동조직으로서 농촌 및 농업인과 함께 발전·성장해왔다. 이후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에는 농협법 개정을 통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체제로 사업을 전문화하며 경제-유통-금융부문을 아우르는 최대 협동조합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금융부문의 경우 NH농협은행을 비롯해 NH투자증권, NH농협카드, NH생명보험 등 온전한 금융그룹 형태를 갖추며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금융사지만, 협동조직으로서 농협만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금융사는 따로 있다. 바로 농협중앙회의 주력 사업부인 ‘농협상호금융’이다.
지난 1969년 농촌 지역에 만연했던 고리사채를 없애고자 출범한 농협상호금융은 지난 8월말 기준 예수금 377조원, 대출금 304조원 등 총자산 68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00년 총자산 100조원 달성 이후 20여년 만에 6배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개별 총자산 규모를 넘어선다. 또 전국 곳곳에 뻗어있는 영업점도 4804개로 5대 은행 전체 영업점 수를 합쳐놓은 것과 맞먹는 규모를 갖고 있다.
현재 농협상호금융을 이끌고 있는 이재식 대표이사는 지난 1988년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33년간 정통 ‘농협맨’으로 경력을 쌓아왔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대구지역본부장 등 지역은 물론, 본부 내에서는 홍보실장과 비서실상, 미래경영연구소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내부적으로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덕장(德將) 유형의 리더십로 임직원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농협상호금융은 농업인·국민·임직원이 함께 농업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여는 ‘초일류 협동조합 금융’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농협의 수익 센터로서 배당금과 복지사업 등을 통해 농업인과 지역사회를 이바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주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영업점 축소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농협상호금융은 기존 영업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농협상호금융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협동조합 금융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신용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상당 부분도 배당금과 복지사업 형태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당초 상호금융 도입 취지는 농촌에 만연해있던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의 사채 의존도를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후에도 영농자금과 같은 정책대출 취급을 통해 농업인과 서민을 위한 금융 지원에 지속적으로 공헌해 왔다. 이런 공익 측면에서 전국 각지의 영업점은 지역민의 편의 향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은 경영 효율화를 앞세워 점포 통·폐합을 가속하고 있지만, 농·축협은 가급적 점포 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전체 점포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가 많은 읍·면지역에 소재해 있는 만큼 지역 기반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디지털·비대면 금융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 대응책이 궁금하다.
농협상호금융은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고령자 등 비대면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객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현재도 농촌과 도서산간 등에서는 지역 내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지역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창구 거래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금융소외현상 방지를 위해서라도 영업점 규모를 유지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대면 금융의 확산 추세를 역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NH콕뱅크’ 등 농협상호금융만의 자체 디지털 플랫폼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대면-비대면 투트랙(Two-Track) 전략인 셈이다.
언급한 NH콕뱅크가 800만 고객에 근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콕뱅크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NH콕뱅크는 금융에 유통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멀티 플랫폼이다. 2016년 7월 출시해 현재 780만 고객이 이용하는 농협의 대표 디지털 채널로 성장했다. 금융 서비스로는 조회/송금, 자동이체, ATM출금, 간편결제, 카드명세 등이 있으며, 유통 서비스는 콕푸드, 콕플라워, 영농추천서비스, (준)조합원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올 연말에는 마이데이터 시스템과 연계한 ‘자산관리’ 메뉴 신설을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고객 맞춤형 원앱 멀티(One App Multi) 서비스로 고객이 일반용/조합원용/시니어용 등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구성된 맞춤형 서비스 묶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마이데이터 분석 결과 기반의 타깃 상품 추천과 가입 연계 등 비대면 자산관리 연계 서비스와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자고지 서비스 개편을 통한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대응 차원의 앱 접근성 인증 마크 획득으로 고객 편의성도 더욱 제고하겠다. UI/UX 개편 전략도 수립해 추진 중인데, 핀테크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 차원의 ‘태블릿브랜치’ 도입도 눈에 띈다. 농협만의 디지털 서비스는 어떤 게 있나.
앞서 농협상호금융은 농축협 환경에 최적화된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직접 찾아가는 종합금융서비스 ‘태블릿브랜치’를 도입했다. 현재 영업점 967개소가 도입해 농번기 등 점포 방문이 어려운 농민을 위한 금융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조합원과 고령 고객들을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스마트뱅킹 서비스의 경우 대표계좌 설정으로 농축협 추천서비스, 자동로그아웃 시간 연장, 큰글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또 콕뱅크 내 ‘콕팜’은 준조합원 출자금과 이용고배당금 내역 조회 등 조합원 전용기능을 제공하고, 준조합원과 비금융 고객을 위한 생활밀착형 금융 제휴서비스인 ‘콕미트’, ‘콕플라워’ 등을 디지털서비스로 제공해 농업인의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농·축협 스마트뱅킹을 통해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조합원 특화 서비스인 ‘마이농가’는 농업경영 자금은 물론 필요 예측자금 정보를 제공해 효율적인 농가 경영을 지원한다. 향후에는 금융 취약계층 및 고령자 등의 조합원도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보다 단순화, 시각화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농업인 특화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올해 초 상호금융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도 취득했다. 농업인과 지역 서민에 대한 데이터 관리 이점을 살려 차별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분석 및 분류 정교화를 통해 상호금융만의 특화 서비스를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내외부적으로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불러온 위협요인은 크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농협상호금융은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하며, 오히려 비대면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대면 거래의 증가와 전 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시켰는데, 이에 농협은 마이데이터 사업추진, 오픈뱅킹 고객확대 추진, NH콕뱅크 대표 플랫폼 육성 등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농협의 기존 고객관리는 물론 미래 고객기반을 확대하는 락인(Lock-in)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빅테크 등장과 함께 금융의 대형화·겸업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농협상호금융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말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빅테크와 시중은행의 사설인증 시장이 확대됐다. 이에 농협상호금융은 외부사와 제휴·협력 체계를 수립해 대응 중이다. 우선 사설인증시장 선도 기업인 이동통신사 ‘PASS’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증서비스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는데, 콕뱅크 회원가입 및 본인확인 등에 PASS 간편 인증 서비스 적용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자문서비스 ‘디지털 어드바이징(Digital Advising)’ 운영도 확대할 예정인데, 디지털 어드바이징이란 디지털 신기술의 정보 수집 및 도입 지원 등 가치 있는 정보의 전달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방법을 제시하는 자문서비스다. 이를테면 상호금융이 추진 중인 신사업모델에 대한 사전 검토 및 도입 지원을 위해 외부 전문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농·축협 사업 환경에 맞는 신기술 및 과제 발굴과 타당성 검토, 개발검증 등의 상시체계 구축을 통해 농협 상호금융 디지털 경쟁력 강화 기반도 확립했으며, 임직원 세미나·교육을 통한 신기술 동향 및 디지털 트렌드 대응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화두다. 농협상호금융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실 농협은 설립 취지와 지배구조 자체가 ESG를 실천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사회공헌·친환경 등과 관련된 금융상품도 지속적으로 출시해 오면서 타사의 모범이 돼 왔다고 자부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농업 및 농촌 활성화 등의 사업이 E(Environment)에 해당하고, 농협 손익의 배당을 통한 전액 지역사회 환원과 서민금융 활동이 S(Social)로 볼 수 있다. 또 타사의 모범이 되는 조합원에 의한 의결·선거권, 이사회 운영 등이 G(Governance)에 해당한다. 아울러 상호금융특별회계의 투자에 있어서 ESG 요소가 반영된 심사정책을 통해 사회적 가치 및 친환경 분야의 투자액을 확대하고 있다. 범(凡)농협 측면에서는 ‘범농협 ESG 추진위원회’와 함께 ‘범농협 ESG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유력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중앙회 및 계열사, 그리고 농축협과 함께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해 나가고 있다.
상호금융 대표이사 취임 3년차를 앞두고 있다. 농업인과 지역사회를 위한 포부가 궁금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농협상호금융은 농업인·국민·임직원이 함께 농업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여는 ‘초일류 협동조합 금융’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협동조합 금융의 정체성 확립과 함께, 디지털금융 역량 강화, 농축협 신용사업 경쟁력 제고, 특별회계 수익센터 역할 확대 등을 기본 방향으로 오는 2025년 총자산 910조, 하나로고객 1,000만명, NH콕뱅크 고객 1,2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협상호금융은 농협의 경제사업· 교육지원사업을 지원하는 ‘수익 센터’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며, 초일류 협동조합 금융으로 발돋움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