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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 미래 먹거리 바이오 관심…서로 다른 행보 주목

현대중공업그룹, 의료데이터·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
현대차그룹,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부 ·이동형 CT 버스 제작 나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8년 8월 현대중공업지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凡) 현대가 계열사들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바이오’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의료 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스마트 의료사업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공익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020년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그룹의 신사업답게 MZ세대 오너 경영인의 행보도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사회는 지난해 미래 신사업 발굴에 발맞춰 ‘미래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발족,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1982년생인 정 부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 3세다. 미래위원회 TF는 젊은 직원들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아산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 검토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의료 데이터 등 스마트 의료 분야 투자  

정몽준 이사장의 장녀이자 정 부사장의 여동생인 정남이(1983년생)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역시 최근 의료 AI기업 ‘루닛’의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정 상임이사는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인 ‘마루180’을 책임지고 있는데, 2013년 루닛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인연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이 바이오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의료 데이터 사업에서 향후 루닛과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시선을 보냈다. 루닛은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암 진단·치료 등 의료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이제 막 선임되셔서 어떤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은 없다”며 “저희 쪽에서 맡아 주실 역할은 ESG"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018년 8월 서울아산병원,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의료 빅데이터 신사업에 진출했다. 이들 3개 법인은 총 100억원을 출자해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아산카카오)'를 설립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하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과 플랫폼 개발·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의 병원 운영 노하우와 진료 기록, 전문의의 자문내용 등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구성했다. 이를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출범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던 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지지부진해 보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의료데이터와 디지털헬스케어사업 등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지주의 투자전문 자회사 현대미래파트너스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현대미래파트너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238억5600만원을 들여 메디플러스솔류션 지분 76.76%를 사들였다. 메디플러스솔루션은 5대 암과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부금 약정서에 서명한 뒤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코로나19 대응 백신 개발·모바일 병원 운영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등의 공익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은 최근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사재 100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를 운영할 고려대의료원에 전달돼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국산 백신 개발과 연구 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된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원해주신 국민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 국산 백신 개발에 기여할 백신혁신센터에 기부하게 됐다"며 "감염병을 극복해 건강과 행복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탁 취지를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바이오메디컬 연구와 산학협력, 교육을 담당할 ‘메디사이언스파크 (Mediscience Park)’를 조성하고 있다. 메디사이언스파크의 대표 시설인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는 백신 및 치료제 기초 연구와 감염병 대응, 미래융합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백신·치료제 등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없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의료원과 협력을 통해 바이오 분야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빌리티 역량을 통해서도 감염병 대응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고려대 의료원과 함께 지난 5월 코로나19 대응 및 의료 소외지역 봉사활동을 위한 이동식 병원 서비스를 출범했다. 정몽구 재단은 ‘온드림 모바일병원’ 프로젝트에 사용할 이동형 컴퓨터 단층 촬영(CT) 버스를 제작했다.  
 
재단에 따르면 온드림 모바일병원은 기존 고정형 CT 장착 버스·트레일러와 달리 이동형 CT를 버스에 탑재,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확진자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할 경우, 에어컨 등 냉난방기기로 인한 차량 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공조설비도 설치했다. 또 의료진 및 운전기사 등과 확진자의 접촉이 차단될 수 있는 구조로 차량을 개조했으며, 이동이 불편한 환자를 고려해 휠체어 리프트 기기를 장착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이동형 CT 버스로 ‘모바일병원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생활치료센터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신속히 대응할 뿐만 아니라 향후 의료 소외지역에서도 무료 검진 및 진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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