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루, 하오티엔, 슌흐리’...K-주류, 대륙을 홀리다
하이트진로 소주류 중국 수출 올해 벌써 100만 상자 돌파
中서 과일리큐르주 성장세…‘자몽에이슬’ ‘좋은데이’ 등 인기
국내서는 ‘반짝인기’에 그쳐…新 리큐르주 내는 업계
“이슬은 깨끗하게 왔다가 깨끗하게 사라지네~”
가수 아이유가 눈, 코, 입이 그려진 이슬방울을 톡톡 건드리며 미소 짓는다. 지난 1998년 출시해 서울과 수도권, 호남지역의 대표 소주로 자리 잡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광고 중 일부다.
국민 소주 참이슬이 대륙마저 홀렸다. 소주·막걸리·맥주 등 국내 주류 수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내에서는 한물 갔다고 평가받는 ‘과일리큐르주’가 중국에서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과일리큐르주는 유자·자몽·청포도 등 과일향이나 과일 농축액을 첨가한 소주로, 알코올에 설탕·향료 등을 넣어 만든 혼성주를 말한다. 하이트진로의 과일리큐르주는 중국 내에서 ‘쩐루(진로의 중국발음)’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참이슬’ ‘자몽에이슬’에 중국도 취했다…수출 100만 상자 돌파
지난 7일 하이트진로는 올해 소주류(참이슬 및 자몽에이슬 등 과일리큐르주)의 중국시장 수출량이 100만 상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 상자당 30병이 들어있어 중국으로 3000만병이 수출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단일 국가에서 한해 100만 상자 넘게 판매한 것은 1994년 일본 이후 두 번째다.
하이트진로 측에 따르면 중국 시장 내 하이트진로의 소주류 판매량은 2018년 이후 연평균 41%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2020년에는 87만8000상자를 판매해 2019년보다 약 56% 증가하며 성장폭을 늘리고 있다. 특히 과일리큐르주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과일리큐르주만 보면 지난해까지 판매량이 매년 103%씩 성장했다. 수출 소주류 가운데 과일리큐르주 비중은 2017년 14%에서 올해 60%까지 4배 이상 확대됐다.
하이트진로의 과일리큐르주는 첫 출시됐을 당시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5년 소주에 자몽 맛을 가미한 ‘자몽에이슬’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경쟁사인 롯데주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일리큐르주를 출시하면서 수도권 주 소비자 층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하이트진로는 여성 고객을 겨냥한다는 전략으로 리큐르주를 내놓은 것이다. 자몽에이슬은 소비자로부터 자몽 맛과 희석식 소주 특유의 알코올 맛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을 받으며 젊은 층의 고객을 흡수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시장에 과일리큐르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포했다. 이후 중국을 포함한 수출 국가의 주요 가정 채널 및 온라인 채널 영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할인매장과 편의점,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쩐루’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참이슬과 과일리큐르주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최근 중국 SNS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딸기에이슬’과 음료, 과일을 섞어 만들어 먹는 주류 레시피 ‘쩐루통’이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중국에서의 성장은 소주 현지화의 노력에 따른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 집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소주류를 구입하는 경로의 74%는 중국 현지 판매채널”이라며 “기존 교민 중심의 판매에서 현지 판매로 옮겨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상무는 “쩐루가 젊은 층과 여성소비자들의 주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중국의 소비 트렌드 맞춤 전략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도주 트레드 속에서 빛난 K-주류 ‘하오티엔’ ‘슌흐리’ 열풍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국내에서 2015년 5월 11일에 나온 과일리큐르주로, 블루(블루베리맛)‧레드(석류맛)‧옐로우(유자맛) 등 세 종류류가 출시됐다. 경쟁업체가 과일리큐르주를 속속 내놓자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급하게 출시한 상품이었음에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무학은 국내 인기에 힘입어 업계 최초로 과일리큐르주로 중국 시장에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중국 주류문화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고도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해외문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큰 반응을 얻었고 이후 빠르게 대중화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좋은데이 컬러소주는 최초 출시 후 연평균 43%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57만 상자를 수출했고, 올해에는 70만 상자를 수출했다.
하이트진로와 무학 두 회사가 과일소주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순하리 처음처럼’ 때문이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참이슬과 어깨를 견주는 또 하나의 ‘국민 소주’로 불린다. 2006년 처음 등장해 시장점유율을 독점하던 참이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4년 롯데주류는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을 출시했다. 소주 특유의 강한 알코올향과 쓴 맛 때문에 소주를 입에도 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순하리는 소주계의 새 지평을 열었고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병을 판매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충북소주에서 생산하고 있어 영남권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워낙 찾아보기 힘들어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순하리도 역시 중국 진출에 나섰다. ‘슌흐리’라는 이름으로 2017년에 처음 중국시장에 수출돼 2018년에는 수출량이 147% 늘어났고, 2019년에 64%, 2020년에 5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에선 ‘반짝인기’였던 과일리큐르주, 재도전 나서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소주는 62.9%에서 67.6%로 오름세를 보였다. 과일리큐르주 열풍이 시작된 지 불과 1년 만이었던 지난 2016년 4월에는 일부 제품이 단종될 위기에 처했고, 실제로 당해 5월에는 좋은데이 유자맛이 단종됐다.
과일리큐르주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MZ세대(1980년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유행이 지나서’, ‘숙취가 심해서’, ‘일반 소주가 맛이 더 좋아서’ 등의 응답을 내놨다. 이들은 “처음에는 과일 맛 나는 소주가 새롭고 실제로 맛도 좋아서 자주 찾았지만 금세 질려 결국 일반 소주를 다시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과일리큐르주 실적에 고전을 겪고 있는 국내 주요 주류업계들은 새로운 맛의 리큐르주 출시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자몽에이슬 성공 이후에 청포에이슬, 자두에이슬을 출시했고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자 최근에는 오리온과 손잡고 츄잉캔디류 제품인 ‘아이셔’를 접목한 아이셔에이슬을 출시했다. 지난 8월에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해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해 한정 판매했다.
무학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지난 6월 ‘좋은데이 민트초코’를 출시했다. 좋은데이 민트초코는 출시 직후 호불호가 갈린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소주와 민트초코라는 생소한 조합에 궁금증을 품은 소비자가 많아 출시 1개월 만에 100만병의 판매량을 올렸다. 이외에도 국내 주류업계는 병 색깔이나 상표와 마스코트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서 기존 소주류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트렌드에 맞춘 독특한 맛의 리큐르주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새로운 맛과 색을 입고 다시 돌아온 리큐르주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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