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의 민낯②] 샤넬·에르메스의 3000만원 백을 온라인에서?
샤넬‧에르메스…온라인 플랫폼에 정식 판매권 허용 안해
‘공식 수입 플랫폼’ 강조하면서 병행수입‧구매대행 제품 유통
#. ‘샤넬’과 ‘에르메스’. 명품 중에서도 하이엔드급으로 꼽히는 두 브랜드는 그만큼 콧대도 높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를 정식적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샤넬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온라인 구매를 허락하지 않는다.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는 '오픈런 현상'이 매번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했지만 200만~5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만 구매할 수 있다. 수천만원대 가격을 자랑하는 버킨백, 캘리백은 일정 구매실적을 쌓은 고객만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에르메스만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 정말 살 수 없을까. 브랜드사의 정책과 달리 온라인 명품 플랫폼 ‘빅3’사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에선 ‘샤넬’과 ‘에르메스’ 제품을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화장품은 물론 지갑, 가방까지 제품군도 다양하다. 심지어 오프라인 고객도 실적이 쌓여야 살 수 있다는 에르메스의 상징 버킨백도 이곳에선 3266만원에 구매 창이 열린다. 오픈런을 해도 손에 넣기 힘든 샤넬 클래식 미듐 캐비어는 13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판매량이 샤넬 111%, 에르메스 51% 늘어났다고 올해 초 홍보하기도 했다.
‘머스트잇‧트렌비‧발란’(머‧트‧발)에선 손쉬운 샤넬과 에르메스백 구매. 업계에선 이 자체가 머‧트‧발이 그동안 홍보해 온 ‘공식 수입사와의 정식 계약관계’를 전면으로 위배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브랜드가 유통된다는 자체가 공식 루트가 아닌 불투명한 병행수입과 구매대행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는 의미다.
직접 중개한다더니…에르메스 공식 파트너사?
특히 트렌비는 자사 소개를 통해 ‘직접 중개’ 형식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매장, 유명 부티크, 아울렛 등에서 공수한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온라인 명품 플랫폼사들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캐치패션은 트렌비의 이 같은 행태가 허위‧과장 광고일뿐 아니라 표시 광고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렌비에서 판매하는 에르메스 목걸이의 상품 구매과정 설명을 보면 “해당 상품은 트렌비와 계약된 국내 공식 파트너사의 국내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상품”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온라인 유통채널 판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잘못 기재된 정보다. 제공업체는 ‘트렌비 프리모클럽’으로 표기돼 있다. 프리모클럽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유명 부티끄와 트렌비가 검증한 국내외 멀티 브랜드샵을 아울러 통칭하는 트렌비 자체 용어다.
캐치패션 관계자는 “에르메스가 에르메스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한 유통채널이 없기 때문에 국내 공식 파트너사라는 것 자체가 허위 과장광고”라면서 “프리모클럽이라는 말로 병행수입 판매자를 숨기고, 판매자 정보고지 의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 가품 보상제…실제 입증은 까다로워
온라인 명품 플랫폼사들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위조품 구매시 200% 책임보상을 하거나 직거래 신고에 대한 포상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트렌비 역시 가품일 경우 200% 배상해주는 정품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구매시 전문 감정팀이 검수 사진과 구매영수증 사본을 제공하는 ‘정품체인’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캐치패션 관계자는 “빅3사가 강조하는 것처럼 ‘공식적인 파트너사’ 관계가 진짜라면 가품에 대한 걱정으로 보상제도를 만들거나 샤넬, 에르메스 제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는 있어선 안될 일”이라며 “해당 플랫폼사가 100% 공식 루트가 아니라는 것은 이 부분만 놓고 봐도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운용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보상 이행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이 가품으로 의심된다고 해도 소비자가 직접 가품임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품 판매채널로 낙인찍히는 염려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절차로 응대하고 있어 제도는 있지만, 보상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귀띔했다.
트렌비 측은 캐치패션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트렌비 관계자는 “샤넬과 에르메스 판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상 수요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오픈런이나 대기를 하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해주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또 “가품 보상제는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신뢰를 온라인에서도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가품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교‧개발자‧쇼핑몰 창업자…이력과 연관 있나
시장 선두업체인 머스트잇 조용민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지금의 머스트잇을 성장시킨 인물이다. 처음 시작은 파티용품 관련 온라인 쇼핑몰. 이후 병행수입이라는 유통 개념을 처음 접하면서 수중에 있던 50만원을 가지고 샘플 제품을 구매하고 주문을 받았던 게 머스트잇의 시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영국 유학을 하던 공대생이 동문들과 함께 명품 시장에 대한 특성과 시장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게 창업 기반이 됐다. 발란의 최형록 대표 이력은 가장 특이하다. 그는 공군 회계 장교 출신으로 전역 후 MBA와 창업을 놓고 고민하다 평소 좋아하는 명품을 낙점한 게 사업 시작 계기다.
이들과 달리 캐치패션 이우창 대표는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을 졸업한 후 국내에 들어와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온라인 신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명품 플랫폼사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 서로가 다른 입장을 내놓는 것도 대기업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해 온 캐치패션 대표의 시각과 3사 대표가 받아들이는 시각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법적인 시시비비가 모두 가려지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발의 진위를 가리는 과정에서 일방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고, 자칫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호사이자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소속인 이재경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만약 국내 사업체가 해외 명품 플랫폼과의 법률적 구속력을 지니는 제휴 관계가 없는데도 독점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암시하는 문구를 광고했다면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라면서도 “명품업계는 일반 패션보다 신뢰도가 중요한데 자칫 잘못하면 공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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