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이종먹거리③] 이종사업 소극적이던 녹십자그룹, 디지털헬스케어에 빠졌다
맞춤형 건기식, 세포배양액 화장품 성장 중… 유비케어 인수로 의료데이터 선점

혈액제와 백신 등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의 선구주자인 녹십자그룹은 의약품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혈액제와 백신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이 지속 발생해 캐시카우로서 이종사업 분야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적었던 케미컬의약품 분야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녹십자그룹은 2001년 상아제약, 2003년 경남제약을 사들였고 이후 일동제약의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도 했다.
의약품과 관련이 적은 사업에서 캐시카우를 발굴하기보다 케미컬 분야의 역량을 키워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M&A 대상이 케미칼의약품 뿐만은 아니었다. 2012년에는 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을 사들이며 ‘세포치료제’ 분야에 진출했다.
존재감 미미하던 건기식‧화장품, 차별화 전략
다만 해당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녹십자웰빙의 주력 상품은 건기식과 화장품이 아닌 ‘라이넥’ 같은 주사제 형태의 전문의약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및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은 직접 제조보다 상품 유통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녹십자그룹의 계열사 중에는 ‘농업생산법인인백팜’이 이종사업으로 눈길을 끈다. 녹십자가 89.98%의 지분을 가진 이 회사는 전남 화순 농장에서 닭을 키운다. 이는 엄연히 주력 사업인 백신을 제조하는 녹십자에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백팜에서 생산된 계란은 녹십자 화순공장에 대부분 납품된다.
![GC녹십자 전남 화순 공장 [사진 GC녹십자]](/edaily/economist/data/photo/202110/01/e96f0985-cc2c-4bd3-9243-de40690a8942.jpg)
GC녹십자 전남 화순 공장 [사진 GC녹십자]
해당 부지에는 2015년 9월 기흥역 더샵 주상복합 신축사업이 실시돼 현재 분양 및 입주가 완료됐다. 녹십자홀딩스는 2020년 말까지 약 1946억원을 회수했으며, 올해 말 최종 정산을 통해 잔여금을 추가 회수할 예정이다.
허용준 사장 전면 나서자 디지털헬스케어 M&A 활발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에 단행한 전략적 투자가 공격적인 투자의 시발점이다. 같은 해 스마트 심리상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인드카페’에도 투자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가장 획기적인 투자는 ‘유비케어’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지난해 유비케어 인수전에 참여해 2000억원을 배팅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위해 녹십자홀딩스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까지 실시했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딜이다.

유비케어 인수 이후 녹십자헬스케어는 개화를 기다리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후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했으며, 유비케어를 통해서도 다양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며 “향후 경영권이 나뉠 경우에도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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