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이종먹거리③] 이종사업 소극적이던 녹십자그룹, 디지털헬스케어에 빠졌다
맞춤형 건기식, 세포배양액 화장품 성장 중… 유비케어 인수로 의료데이터 선점
수많은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정작 제약‧바이오기업은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사업의 위험을 헤징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외 사업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새로운 도전과 그간의 성과, 의미를 짚어본다. 세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GC녹십자그룹이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을 위주로 성장해온 녹십자그룹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 등에 손을 뻗쳤고, 3세 경영인이 경영일선에 나선 뒤에는 의료 데이터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편집자]
혈액제와 백신 등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의 선구주자인 녹십자그룹은 의약품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혈액제와 백신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이 지속 발생해 캐시카우로서 이종사업 분야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적었던 케미컬의약품 분야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녹십자그룹은 2001년 상아제약, 2003년 경남제약을 사들였고 이후 일동제약의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도 했다.
의약품과 관련이 적은 사업에서 캐시카우를 발굴하기보다 케미컬 분야의 역량을 키워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M&A 대상이 케미칼의약품 뿐만은 아니었다. 2012년에는 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을 사들이며 ‘세포치료제’ 분야에 진출했다.
녹십자그룹은 이종사업에도 진출했다. 의약품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고, 화장품 사업에도 손을 댔다. 현재 계열사인 녹십자웰빙이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녹십자웰빙의 주력 상품은 건기식과 화장품이 아닌 ‘라이넥’ 같은 주사제 형태의 전문의약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및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은 직접 제조보다 상품 유통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확실한 콘셉트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나섰다. 세포치료제분야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 자연살해(NK)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주름 개선 화장품 등을 내놨다. 이 결과 이 회사의 매출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71억6000만원이었던 건기식 분야 매출은 2020년 248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33%로 커졌다.
녹십자그룹의 계열사 중에는 ‘농업생산법인인백팜’이 이종사업으로 눈길을 끈다. 녹십자가 89.98%의 지분을 가진 이 회사는 전남 화순 농장에서 닭을 키운다. 이는 엄연히 주력 사업인 백신을 제조하는 녹십자에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백팜에서 생산된 계란은 녹십자 화순공장에 대부분 납품된다.
짭짤한 수익을 올린 이종사업이 있긴 하다. 녹십자홀딩스는 2009년 경기도 용인시 신갈공장을 충북 오창과 전남 화순으로 이전했는데, 옛 공장부지를 이용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용인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에서 당사가 보유한 옛 신갈공장 부지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토지비를 회수하고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부지에는 2015년 9월 기흥역 더샵 주상복합 신축사업이 실시돼 현재 분양 및 입주가 완료됐다. 녹십자홀딩스는 2020년 말까지 약 1946억원을 회수했으며, 올해 말 최종 정산을 통해 잔여금을 추가 회수할 예정이다.
주력사업에 집중했던 녹십자그룹은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사업에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녹십자그룹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 꽤 오래됐다. 2003년 녹십자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보험사들과 제휴 등을 통해 사업기회를 찾던 녹십자헬스케어는 최근 들어 공격적인 M&A에 나서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에 단행한 전략적 투자가 공격적인 투자의 시발점이다. 같은 해 스마트 심리상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인드카페’에도 투자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가장 획기적인 투자는 ‘유비케어’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지난해 유비케어 인수전에 참여해 2000억원을 배팅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위해 녹십자홀딩스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까지 실시했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딜이다.
유비케어는 국내 최초로 의원용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개발한 업계 1위 기업이다. 국내 의료데이터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 요양·한방병원 EMR 솔루션 회사인 헥톤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사업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모두 주목한 딜이다.
유비케어 인수 이후 녹십자헬스케어는 개화를 기다리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후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했으며, 유비케어를 통해서도 다양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오너 3세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와 맞물린다. 허 사장은 지금의 녹십자그룹을 일궜다고 평가받는 故 허영섭 회장의 3남으로, 허일섭 현 회장의 조카다.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에 오르며 형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며 “향후 경영권이 나뉠 경우에도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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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제와 백신 등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의 선구주자인 녹십자그룹은 의약품 관련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혈액제와 백신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이 지속 발생해 캐시카우로서 이종사업 분야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적었던 케미컬의약품 분야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녹십자그룹은 2001년 상아제약, 2003년 경남제약을 사들였고 이후 일동제약의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도 했다.
의약품과 관련이 적은 사업에서 캐시카우를 발굴하기보다 케미컬 분야의 역량을 키워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M&A 대상이 케미칼의약품 뿐만은 아니었다. 2012년에는 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을 사들이며 ‘세포치료제’ 분야에 진출했다.
존재감 미미하던 건기식‧화장품, 차별화 전략
다만 해당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녹십자웰빙의 주력 상품은 건기식과 화장품이 아닌 ‘라이넥’ 같은 주사제 형태의 전문의약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및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은 직접 제조보다 상품 유통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확실한 콘셉트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나섰다. 세포치료제분야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 자연살해(NK)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주름 개선 화장품 등을 내놨다. 이 결과 이 회사의 매출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71억6000만원이었던 건기식 분야 매출은 2020년 248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33%로 커졌다.
녹십자그룹의 계열사 중에는 ‘농업생산법인인백팜’이 이종사업으로 눈길을 끈다. 녹십자가 89.98%의 지분을 가진 이 회사는 전남 화순 농장에서 닭을 키운다. 이는 엄연히 주력 사업인 백신을 제조하는 녹십자에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백팜에서 생산된 계란은 녹십자 화순공장에 대부분 납품된다.
해당 부지에는 2015년 9월 기흥역 더샵 주상복합 신축사업이 실시돼 현재 분양 및 입주가 완료됐다. 녹십자홀딩스는 2020년 말까지 약 1946억원을 회수했으며, 올해 말 최종 정산을 통해 잔여금을 추가 회수할 예정이다.
허용준 사장 전면 나서자 디지털헬스케어 M&A 활발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에 단행한 전략적 투자가 공격적인 투자의 시발점이다. 같은 해 스마트 심리상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인드카페’에도 투자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가장 획기적인 투자는 ‘유비케어’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지난해 유비케어 인수전에 참여해 2000억원을 배팅하는 강수를 뒀다. 이를 위해 녹십자홀딩스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까지 실시했다.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딜이다.
유비케어는 국내 최초로 의원용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개발한 업계 1위 기업이다. 국내 의료데이터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똑닥’을 운영하는 비브로스, 요양·한방병원 EMR 솔루션 회사인 헥톤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사업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모두 주목한 딜이다.
유비케어 인수 이후 녹십자헬스케어는 개화를 기다리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으로 떠올랐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이후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했으며, 유비케어를 통해서도 다양한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오너 3세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와 맞물린다. 허 사장은 지금의 녹십자그룹을 일궜다고 평가받는 故 허영섭 회장의 3남으로, 허일섭 현 회장의 조카다. 2017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에 오르며 형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며 “향후 경영권이 나뉠 경우에도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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