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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보험사, 신규 대출 중단…"약관대출은 포기 못해" 이유는?

일부 보험사, 당국 '대출 죄기'에 대출상품 신규 취급 잠정 중단
이자 수익 쏠쏠한 '약관대출' 포기는 못하는 상황…금리 조정으로 대응 나설듯

 
 
[연합뉴스]
당국의 금융사 '대출 조이기'가 강화되며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보험사들은 일부 상품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를 맞추려 노력 중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처럼 대출액이 상승 중인 보험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에도 규제를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약관대출이 고액의 이자이익을 안겨주는 상품인 만큼 중단이 아닌 금리 조정을 통해 선제적인 대출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풍선효과'에 대출 관리 나선 보험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보험사가 보유한 대출 잔액은 26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126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분은 ▲주택담보대출 1조원 ▲보험계약대출 4000억원 ▲기타대출 2000억원 ▲신용대출 1000억원 등의 순이다.
 
제1금융권 대출 규제로 보험사 대출액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은행권의 경우 40%지만, 비은행권은 60%다.
 
특히 비은행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보험사 주담대나 약관대출에 수요자가 쏠린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9~13%로 수준이지만 보험사 주담대 최저금리는 2.9~3.6%다. 약관대출 금리(6~8%)도 상대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대출 수요자들이 '보험 대출'로 쏠리자 보험사들이 일부 상품의 신규 대출 중단에 나서며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동양생명과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은 지난달 각각 전세보증금 담보대출, 주식매입자금대출, 프로미론 신용대출 4종의 신규 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교보생명은 이달 직장인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대출 관리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다른 보험사들도 조만간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대출 중단, 금리 인상 등의 조치로 대출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아예 지난달 초 DSR 운영 기준을 60%에서 40%로 조정하며 대출 관리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액 39조601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4.4% 증가해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4.1%)를 초과한 상태다.
 

당국, '약관대출' 손 보나

 
보험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알짜 이자 수익원'인 보험약관대출에도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보통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보험기간 내 자유롭게 상환하면 된다. 고객의 돈으로 대출을 해주고 6~8%대 금리로 이자 수익도 생기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전혀 없다.  
[자료 금융감독원]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2015년 말 52조원대에서 2019년 말 65조원대로 매년 증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잔액이 63조4960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한풀 꺾였고 올 1분기에도 63조3744억원으로 잔액이 줄었다.  
 
하지만 2분기 말 기준, 약관대출잔액이 63조7558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사 대출 금리가 오르고 규제도 심해지자 갈 곳 잃은 대출 수요자들이 고금리에도 약관대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십수년간 보험약관대출 금리를 꾸준히 관리해왔다. 대출금리가 워낙 높아 서민들의 부채 부담이 심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담보가 확실해 별도 심사나 신용점수에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60대 이상 노년층의 이용률이 적지 않아 향후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 60대 이상 노년층의 보험약관대출 이용률이 크게 증가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0대 이상 노년층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13조2481억원으로 2016년(7조8816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보험약관대출 역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연합뉴스]
 

약관대출 이자이익만 연간 2조원대…포기 못하는 보험사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약관대출은 쏠쏠한 이자 수익원이다. 올 상반기 기준 생보사 약관대출잔액은 47조4712억원으로 올 6월 평균 대출금리 5.2%를 적용하면 연간 2조5000억원 수준의 이자이익이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는 곳들은 규모에 따라 연간 이자수익이 최소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 금융감독원]
올 상반기 기준, 생보사 중에서 약관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생명(15조937억원)과 한화생명(7조772억원), 교보생명(6조1424억원), 신한라이프(4조9074억원), NH농협생명(3조3934억원), 미래에셋생명(1조3385억원), 동양생명(1조5798억원), 흥국생명(1조3081억원), KDB생명(1조59억원) 등 총 9곳이다.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3조9798억원), 현대해상(3조350억원), DB손해보험(2조9142억원), KB손해보험(2조7950억원), 한화손해보험(1조2040억원) 등 5곳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보험사 입장에서 연간 수백,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는 약관대출 이자이익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이에 보험사들은 당장 보험약관대출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리 조정 등으로 총량 조절에는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7월 대비, 8월 보험약관대출 금리를 0.01%~0.08%포인트 인상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경제환경에 따라 담보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주담대에 비해 약관대출은 부실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아 당국이 문제삼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 잔액 관리를 이미 몇년전부터 시행 중"이라며 "금리 조정으로 충분히 총량 조절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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