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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13~17세 청소년 페이스북 이용률 3년 만에 71%에서 51%로 급락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표시. [박수련 기자]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이다. 2021년 2분기 기준 한달에 한번 이상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사용자는 28억900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20억명의 사용자를 가진 메신저 왓츠앱, 10억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인스타그램을 합치면 페이스북은 실질적으로 소셜 세계의 지배자라 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도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사업이다. 단기간에 페이스북 제국을 위협할 경쟁자가 나타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고한 네트워크 효과는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끝없이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페이스북을 쓸 사람은 거의 쓰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을 계속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라나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13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가입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페이스북의 젊은 사용자 집착

문제는 영원히 스타트업일 것 같던 페이스북도 이제는 창업한지(2004년 창업) 20년이 다 되어가는 중견 기업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파티 사진을 올리던 발랄한 대학생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아이들 자랑하는 사진을 올린다. 젊은 세대에게 페이스북은 부모님과 선생님, 직장 상사를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불편한 장소가 되었다. 자연히 젊은 사용자, 특히 10대는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 이미 2018년 미국 퓨리서치 조사에서 13~17세 사이 청소년의 페이스북 이용률이 3년 만에 71%에서 51%로 급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페이스북으로서는 우려되는 일이다. 새로운 사용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사용자에게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광고와 마케팅 콘텐트가 늘어나면 사용자 피로도는 높아지고, 회원 이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셜 미디어는 광고로 돈을 벌지만, 광고가 많아지면 사용자가 떠나가 광고판의 가치가 사라진다. 어려운 줄타기다. 게다가 광고주는 젊은 사람이 모여 유행을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는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10~20대 젊은 세대를 붙잡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페이스북 스스로가 젊은 대학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덕분에 재미있고 쿨한 이미지의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면서 당시 1등 소셜 네트워크였던 마이스페이스를 제친 회사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욱 신경 쓴다. 젊은 사용자를 페이스북에서 빼앗아 갈 듯한 서비스가 나오면 인수하거나, 인수하지 못 하면 베끼곤 한다.
 
한번 확인한 사진 메시지는 사라진다는 재미있는 발상을 앞세운 스냅챗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자 페이스북은 2016년 무려 30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하려고 했다. 스냅챗이 합병을 거절하자 페이스북은 스냅챗 인기 기능인 사라지는 영상 포스트 ‘스토리’를 이름과 디자인까지 카피해 인스타그램에 적용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사진 앱 스노우를 인수하려고 스노우 모회사 네이버 이해진 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기도 했다.
 
숏폼 동영상 서비스 틱톡이 10대 사이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지난해 틱톡을 거의 똑같이 베낀 ‘릴스’를 내놓았다. 2012년 직원 13명의 초기 기업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 우리 돈 1조원 이상에 인수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페이스북 내부에는 주로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앱과 서비스들을 만들어 반응을 테스트하는 역할을 하는 NPE (New Product Experimentation)이라는 조직도 있다. 이들은 기존 페이스북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며, 빠르게 출시해 작게 시작하고 반응이 약하면 빠르게 접어 버린다.
 

페이스북 울타리 떠나는 10대

지난해 9월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의 미래와 기술 비전을 공유했다. [중앙포토]
 
이러한 페이스북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을까? 최근 뉴욕타임스가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확보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2018년 사용자 10억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 즈음 10대 사용자들의 활동성은 떨어지기 시작해 사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중년의 놀이터로 변한 페이스북을 대신해 젊은 피를 수혈할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10대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부정적 지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심각한 ‘존재론적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내부 문건에는 “(우리가) 미국 내 10대 사이에서 입지를 잃는다면 파이프라인을 잃게 되는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 기능을 도입했을 때 이에 대한 반응이 가장 낮은 것도 10대 사용자들이었다. 파이퍼샌들러라는 금융회사의 조사에서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셜 미디어가 스냅챗(35%)과 틱톡(30%)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은 22%로 3위였다.
 
2018년 이후 인스타그램의 글로벌 마케팅 예산은 대부분 10대를 겨냥해 집행됐다. 2018년 6720만달러였으나, 올해에는3억 9000만달러로 뛰었다.
 
이쯤에서 인스타그램 사용이 10대 여성 청소년 사용자의 자기 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이 이를 무시했다는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의 최근 폭로가 다시 떠오른다. 자체 연구 결과 인스타그램을 쓰는 10대 소녀들이 자살 충동이나 자기 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도리어 페이스북은 13세 이하 어린이 전용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따로 만들려 꾸준히 준비해 왔다. 하우겐의 폭로 이후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했지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이 잘못은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10대 사용자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인스타그램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미디어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어떻게 잘 통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다 알지 못 한다. 그러니 특히 청소년들의 소셜 미디어 활용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미래 세대의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 봤을 때 기업으로서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성장이다. 성장을 가로막을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젊은 사용자의 이탈이다. 고객을 늘이려는 노력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간주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은 담배 회사와 비슷한 상황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사회의 화해는 가능할까?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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