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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증시, 투자 서두르지 말고 상황 지켜봐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3분기 상장기업 영업익 67조, 내년 1분기 49조로 감소예상
주요국은 하반기에 이익 5~10% 늘지만 한국은 1% 내외

 
 
안갯속을 걷고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당분간 투자를 멈추고 관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앙포토]
 
코스피지수가 3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10월 초 2908까지 떨어진 코스피는 3000선을 회복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하락했다. 이번 하락은 10월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이 주요국 주식시장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모양은 주가 상승이 끝나는 시점에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 외부의 긍정적 요인도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IT 버블 막바지에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었다. 당시는 나스닥지수가 4000에서 5050까지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1050에서 900으로 떨어진 후 소폭의 등락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국내시장이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에 몰려 미국의 주가 상승을 담을 그릇이 못 됐다.  
 
두 번째 하락은 첫 번째 하락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하락은 시장의 공포심이 커진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실력보다 더 내려가기도 한다. 반면 두 번째 하락을 이전에 한 번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반응이 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첫 번째 하락 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다시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주식시장이 약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4분기 이후 기업실적 우려감에 주가 내려 

국내 시장의 힘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실적 둔화의 영향이 크다. 코스피, 코스닥 합쳐 200개 넘는 기업이 3분기 실적발표를 마쳤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1%와 67.7% 늘었다. 아직 실적 발표를 마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3분기 상장기업 영업이익 전망치는 67조원으로, 지난 2분기(66조원)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이익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3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4분기 이익이 중요한데 이를 확신할 수 없어서다. 시장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67조2000억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4분기에 60조4000억원, 내년 1분기는 49조7000억원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수치가 맞는다면 내년 상반기 이익 감소율이 20%를 넘는 건데 이 숫자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연초 이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보다 31%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 올해 코스피 전체로 100조원의 이익이 날 거로 기대했다면 지금은 해당 수치가 131조원이 됐다는 얘기다. 증가분 31% 중 30%는 상반기에 이익이 늘어난 부분이고, 하반기 증가분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이익 전망치가 높지만, 우리나라처럼 차이가 심하지 않다. 주요국은 하반기에 5~10% 정도 이익이 늘어날 거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숫자가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국내시장 약세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업이익 둔화 가능성은 경제 지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후행지수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동행지수는 산업생산이나 수출액, 건설기성액, 소매판매액 등 기업 매출과 관련된 지표로 구성돼 있다. 반면 경기후행지수는 고용이나 소비자물가, 금리 등 비용과 관련된 지표의 비중이 높다. 따라서 두 지표의 차이를 보면 앞으로 기업이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후행지수가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동행지수가 높아지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동행지수가 내려오고 후행지수가 올라가면 매출이 줄어드는 데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는 동행지수 변동치가 하락 반전했지만 후행지수 변동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업 이익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로 공급 병목현상을 많이 꼽는다. 수요를 충분히 채울 만큼 공급이 늘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익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보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이익이 나빠진다면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 모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막혀있는 공급요인이 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매출을 결정하는 경기 방향까지 바뀌어야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데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 전망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당분간 경제 전망 하락 추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하락 추세가 경제 심리를 압박해 수출 같은 실물지표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따라 주가 향방 달라질 듯 

많은 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분기에 비해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이 2분기보다 늘었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감소해 성장률이 소폭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이 소비에 주로 나타난 것이다. 그나마 순수출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지만, 3분기부터 해외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수출증가가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로 보인다. 내년에도 국내경제는 하방 리스크(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우세한 상태다.  
 
미국도 3분기에 2.0%(전기대비연율)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 2.6%보다 낮다. 3분기는 1분기 6.3%, 2분기 6.7% 성장 이후 정체된 형국으로 상반기 재정 지원 효과 감소와 델타 변이 코로나 19 확산, 물류 대란을 포함한 공급망 교란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성장이다. 중국도 3분기에 4.9% 성장하는데 그쳤다. 1분기 18.3%, 2분기 7.9%에서 성장률이 급락했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해 2~3분기가 유일하다.  
 
이익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기업 단위로 나눈 것이다. 개념이 그런 만큼 경기가 나빠질 경우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주가와 경기, 기업실적 사이에는 선후 관계가 존재한다. 주가가 제일 먼저 움직이고, 경제 변수가 변한 후 기업실적이 마지막에 움직이는 게 보통의 경우다. 이 관계에 현재 주식시장을 대입해 보면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먼저 하락했고, 3분기에 경제 변수가 둔화된 걸 감안하면 4분기부터 기업이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끌고 가고 있다. 실적 장세 한복판에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과거 비슷한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실적 장세가 중반을 지난 후부터 이익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발생한 이익보다 앞으로 나올 이익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동한 것이다. 3분기 성장률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내년에 다시 강하게 성장한다면 모를까, 경기 둔화가 계속된다면 주식시장에서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둘러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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