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이어 전면 등교까지…어린이 백신 맞아야할까?
미국 CDC, 5~11세 화이자 승인 8일부터 접종
유럽 EMA도 지난달부터 임상시험 자료 검토 중
북유럽 4개국은 30세 이하 모더나 접종 보류 중
방역당국 “접종 효과, 안전성 등 검토 뒤 결정”
미국에서 어린이(5~11세)의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한국도 백신 접종 대상 연령을 더 낮출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현지 시간) 5~11세 어린이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어린이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고, CDC는 후속 절차를 밟아왔다.
어린이 대상 백신 접종은 발 빠르게 이뤄졌다. CDC 승인 이튿날인 지난 3일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병원에서 6명의 어린이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미국이 처음은 아니다.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는 어린이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했다. 칠레는 지난 9월 27일부터 6~11세 어린이에게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에서도 어린이에게 백신을 맞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는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어린이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UAE는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도 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부터 화이자 측이 제출한 5~11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주앙도리아(Joao Doria)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는 지난 3일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에 5~11세 어린이의 백신 접종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아동 백신 접종을 잠정 보류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북유럽 4개국(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은 4개국에서 취합한 자료를 근거로 지난달에 “모더나 백신을 맞으면 심혈관계나 심근염·심낭염 등 심장 염증 위험성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의심된다”며 젊은층에 대한 모더나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이 자료를 유럽의약품청(EMA)에 보내 평가를 의뢰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도 같은 이유로 1991년 이후 출생자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을 12월 1일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FDA도 모더나 백신을 12~17세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내년 1월까지 유보했다.
EMA는 지난 7월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접종하면 심근염과 심낭염이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모더나 백신의 12∼17살 접종 승인을 권고”한 바 있다.
22일부터 유·초·중·고 전면 등교, 학교방역 긴장 고조
우리나라는 지난 1일부터 12~15세(2006~2009년 출생)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5~11세(2005~2011년 출생)는 아직 접종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았다. 청소년 백신 예약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 결과 1일 0시 기준 12~15세 연령의 백신 접종 예약률은 27.2%(50만8000명)에 그치고 있다.
당국은 접종 예약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조은희 질병관리청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지난 3일 비대면 기자설명회에서 청소년 백신 접종 예약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심근염·심낭염 등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한 고3 학생이 접종 후 75일이 지난 지난달에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10대 백신 접종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당국은 역학 조사에 나서는 한편, “10대도 접종 이득이 감염 위험보다 큰 만큼 백신을 맞아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 10대 이하 청소년의 확진 사례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방대본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2482명) 가운데 22.4%가 10대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했다. 10대 이하 확진자의 인구 10만 명당 하루 평균 발생률을 보면, 10월 첫째주 4.6명→둘째주 4.0명→셋째주 3.9명→넷째주 5.6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연령대를 더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소년 확진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단계적 일상 회복)를 시행하면서 교육부에선 이달 22일부터 전국 유·초·중·고교 전면 등교를 실시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은 3주간(1~21일) 학교 일상회복 준비기간을 가진 뒤 지역 특성을 고려한 학사 일정, 이동형 유전자증폭(PCR) 검사, 학교생활방역 지도점검단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제한을 풀고 있어서다. 게다가 돌파 감염(백신 접종자도 감염되는 현상)이 퍼지고 있는데다, 청소년 확진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종률이 낮은 학생들이 학교에 밀집하면 방역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4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어린이 백신 접종을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에서 5~11세에 대해 접종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전제 돼야 한다”며 “제약사의 신청에 따라 허가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반장은 이어 “해당 연령에 대한 접종은 다른 나라의 접종 사례, 효과와 안전성, 국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충분히 검토 후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한국화이자제약은 화이자 백신의 사용 연령대를 12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5~11세에 대해서는 접종 연령대 변경 신청이 아직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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