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호실적+씨티은행철수…은행권, 역대급 희망퇴직 '3박자'
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 주도
코로나 상황서 '호실적'…전체 희망퇴직 4000명대 웃돌 가능성
국내 은행권에 역대급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확산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때마침 호실적에 기인한 대규모 이익잉여금이 쌓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가 예년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외국계 은행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은 예년보다 많은 500여명의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은행은 지난 2015년 962명의 희망퇴직 이후 2019년 154명, 2020년 29명 등으로 감축 규모를 줄여왔지만, 올해 큰 폭으로 늘렸다.
소매금융 부문의 한국 철수를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사실상 소매금융 인력인 3400여명 대부분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제시한 조건이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전체의 절반 이상인 2000여명 가량이 희망퇴직 신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국씨티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합의 조건으로 근속기간 만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내 4대 은행도 희망퇴직 단행에 적극적이다. 위로금 차원에서 최소 2~3년치 급여는 물론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 역시 부장급 아래인 70년대생까지 내리는 은행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상 시중은행들은 매해 연말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4분기 실적에 관련 비용을 반영해 오고 있다.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이 지난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다는 점도 연말 희망퇴직 규모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80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는데, 이는 직전년 희망퇴직 규모인 460여명의 두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국내은행 최초로 한해 두차례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신한은행도 상·하반기 각각 220명, 130명씩 희망퇴직을 단행해 총 350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도 올해 초 470여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은행을 떠났다.
이처럼 이미 20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가운데 씨티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더해질 경우 올해 전체 희망퇴직 규모는 4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570여명을 내보낸 하나은행이 올 연말 연달아 희망퇴직에 나설 경우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실적잔치라는 비판 탓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 대규모의 희망퇴직과 충당금 적립에 나서면서 올해 예상순이익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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