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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사업, 영세업자와 함께 가야… 플랫폼이 만능키 아니다”

[인터뷰]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 &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한국시니어연구소 수입원 중개 수수료 포기, 대신 방문요양센터 직접 운영
“방문요양센터 혁신은커녕 운영도 쉽지 않아, 서비스 질 높이려면 스타트업 역할 해야”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왼쪽)과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가 지난 10월 27일 서울시 서초구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창업자들 사이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지난 10월 한 설문조사에선 창업자가 선호하는 국내 벤처캐피탈(VC)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만한 평판을 만들어낸 데엔 2000년 설립 때부터 함께한 강동석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20여 년간 인터넷·모바일 분야 신생기업(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이 업계에 처음 발 들였을 때 인터넷 팀에 배치된 것이 시작이었다.  
 
강 부사장은 20여 년 동안 인터넷·모바일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했다. 최근 기존과 전혀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요양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센터에 들어가는 행정 자동화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는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다. 그가 이끈 시리즈A 라운드 투자액은 110억원에 이른다.
 
강 부사장은 한국시니어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이진열 대표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사업을 말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요양서비스 사업은 기본적으로 공공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요양보험) 수가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자유로운 비즈니스가 어려운 시장이다. 
 
이 대표는 플랫폼을 만든 것도 아니었다. 연구소 이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없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수입원인 중개 수수료를 포기했다. 대신 방문요양센터를 직접 운영한다. 지난 7월엔 국내 3위 브랜드인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사업을 말리려던 강 부사장은 되레 이 대표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어떤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지난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아무리 고학력자라도 요양 문제에는 당황”

요양보험 지출이 매해 20%씩 늘더라. 공포감이 들 정도다.
이진열 대표(이하 이 대표) : 제가 2019년에 창업했다. 그때 정부에서 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2025년에 100만명을 넘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 9월 기준으로 93만명이다. 한 달에 만 명씩 계속 늘고 있다. 누구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강동석 부사장(이하 강 부사장) : 요양보험 지출의 절반 이상이 방문요양 서비스로 나간다. 그런데 방문요양센터들이 크지 않다. 보통 센터장 한 분에 요양보호사 스무 분이다. 이런 곳이 1만9000여 개다. 혁신은커녕 센터 운영도 쉽지 않다. 비용을 아끼고 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스타트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도 투자하긴 만만찮다고 생각했다.
강 부사장 : 시장 자체는 매우 크다. 그리고 보험 적용이 안 되거나 서비스 질이 낮을 때 생기는 고통도 매우 크다. 저 역시 그런 고통을 경험했다. 그래서 투자할 곳을 긴 시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수익원 대부분이 요양보험 수가에서 나오는데, 그것만으론 기업 가치를 키우기 어렵다. 이 대표를 만났을 때도 사실 첫 마디가 ‘이거 어렵다, 안 된다’였다.
이 대표 : 저희는 이런 생각이었다. 너무 무섭게도 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가 온다. 고령화의 핵심은 어르신의 기능 저하다. 그분들이 가급적 시설보단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만 확실하다면, 집에 살면서 떨어진 기능을 보조하는 방문요양이 핵심일 수밖에 없겠다. 물론 들어와 보니 1에서 100을 만드는 게 아니라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은 투자를 결정했다.
강 부사장 : 이 대표가 문제의 본질이 뭔지 알고 있었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들을 모두 고객을 만들겠다, 중개 수수료를 받겠다가 목표가 아니었다. 센터를 운영하는 분들의 일을 줄여드리고, 같이 발전하겠다는 것이었다. 센터가 성장하면 연구소도 그중의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가겠단 거다. 이 대표가 직접 서울 관악구에 센터를 운영해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
이 대표 : 본질은 ‘휴먼터치’라고 생각했다. 보호자가 아무리 고학력자고 부자라고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당황한다. 등급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는지, 좋은 보호사를 구하려면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긴 시간 상담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게 센터장이다. 이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했다. 플랫폼에선 간병인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플랫폼과 상담할 순 없다.
강 부사장 : 사실 저희 말고도 이 대표한테 투자하고 싶다는 투자사가 많았다. 제 진정성을 이 대표가 좋게 봐줘서 인연이 된 것 같다.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은 "한국시니어연구소와 함께 앞으로 요양산업에서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는지 시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부정 수급, 알고도 하지만 모르고도 한다

영세한 센터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이 대표 : FM을 알려드린다. 업력이 길고 고객이 많은 센터도 어떻게 행정 처리를 해야 부정 수급이 아닌지 잘 모른다. 방치했다가 감사에서 걸리면 재심사에서 통과 못 할 수도 있다. 센터를 접어야 한다. 그래서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시스템에서 ‘센터장님, 요양보호사가 이날 서비스 시작 전에 전산에 등록을 안 했다’는 식으로 알려준다.  
 
부정 수급을 줄이면 보건복지부에서도 좋게 보겠다.
이 대표 : 변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예를 들어 하이케어를 제대로 쓰자면 규제예외적용(샌드박스) 허가가 필요했다. 요양보호사가 따로 서류 작업할 필요 없이 모바일로 전자문서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 전자문서의 효력을 인정해달란 거다.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지난 9월 허가를 내줬다. 센터가 규정에 맞게 일하도록 해달라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수익이다. 결국 요양보험 수가 안에서 움직이지 않나.
강 부사장 : 보험 재정 안에서 많은 돈을 벌어보잔 목적은 아니다. 이제 산업화로 가는 초입이라고 본다. 연구소와 함께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려고 한다. 민간보험과 연결해서 새로운 상품이나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 볼 수도 있다. 기회를 모색하려면 연구소가 센터들과 협력해 축적하고 있는 돌봄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대표 :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자체가 일본 개호보험을 벤치마킹해 나왔다. 일본은 이미 요양산업에서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기업이 많다. 보통 중산층 케어라는 이름으로 자부담 비중이 큰 요양서비스를 판다. 개호보험에서 일단 100조원 정도를 깔아줘서 가능하다고 본다. ‘개호보험으로도 괜찮은데, 나는 이런 서비스를 추가할래’라는 식의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강 부사장 : 그런데도 일본 요양서비스 시장에서 1위 업체 점유율이 1.5%밖에 안 된다. 한국과 다를 바 없이 파편화돼 있다.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 서비스를 내놓느냐다. 일본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정도지, 그 이상은 못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부분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대표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면서도, 가장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 아닌가. 앞으론 북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고령화에 대처하는 표준을 만들어낼 거라고 본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앞으론 북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고령화에 대처하는 표준을 만들어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연 매출 10억원 센터 1200개 키울 것”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올 거로 보나?
이 대표 : 큰 방향은 어르신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막거나 빨리 인지하는 쪽으로 갈 거라고 본다. 예를 들어 요양 등급이 높은 어르신들 같은 경우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한다. 실금하시면 요양원에서 파악해서 교체하는 식이다. 그런데 집에 계신 어르신은 그렇게 못한다. 내 자녀가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얼마나 수치스럽겠나.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고민이다. 또 비대면 진료가 정말 필요한 게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다. 이분들이 약을 처방받으려면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보호자들이 연차를 써야 한다. 장기적으론 저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고객을 공유하면서, 고객도 그 편익을 함께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할 거라고 본다.
강 부사장 :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이상 징후를 조기에 진단하는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조기에 파악할수록 사회적인 비용도 낮추고, 당사자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다른 업체와 함께 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인수·합병이 일어날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투자받은 금액이 적지 않다. 어떻게 쓸 계획인가?
이 대표 : 연 매출 10억원 센터를 1200개 만들자는 게 목표다. 1200개면 전국 읍·면·동의 30% 정도는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센터가 있는 것이다. 현재 방문요양센터 평균 매출은 연 2억원 남짓이다. 지금 우리하고 같이하는 센터가 35곳인데, 3개월 만에 평균 월 매출이 20% 늘었다. 처음엔 솔루션 비용도 꺼림칙해 하셨는데, 지금은 다들 신나하신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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