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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해보니] 고가 미술품 소액 공동구매 3분 만에 마감됐다

수억원대 작품 100만~500만원 소액 투자…10초만에 목표금액 55% 달성
주관업체 ‘아트앤가이드’가 밝힌 평균 수익률 35.5%

 
 
지난 10일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서 구매한 작품 '無題(Pumpkin)'. 일본의 유명작가 야오이 쿠사마의 1990년작이다. [사진 아트앤가이드]
지난 10일 오전 9시55분. 마음이 급했다. 5분 뒤인 오전 10시부터 온라인에서 고가 미술품 공동구매를 시작해서다. ‘광클(빠르게 클릭한다는 뜻)’해야 참여할 수 있단 말에 잔뜩 긴장했다. 
 
공동구매는 보통 해외 물건을 직구입할 때 쓰는 방법이다. 배송료를 아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날 사람들이 공동구매에 참가하려는 목적은 고가 미술품에 소액 투자하는 것이다. 최소 100만원으로 억 단위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 이날 품목으로 오른 건 일본 유명작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작품 〈無題(Pumpkin)〉. 공동구매 주관업체에서 밝힌 가격은 6억원이다.
 
오전 10시가 되기 몇 초 전, 조바심에 ‘참여하기’ 버튼을 눌렀다. ‘아직 시간이 아니’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다시 페이지를 띄운 뒤 버튼을 눌렀을 땐 이미 목표금액 6억원의 55%가 찼다. 불과 10초 만이었다. 인적사항과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나온 뒤 보니 다행히 참가자 안에 들었다. 이후 공동구매 목표금액을 달성하는 덴 3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주식 투자를 해본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기자가 미술품 투자에 뛰어든 건 수익률 때문이었다. 주관업체인 ‘아트앤가이드’에서 밝힌 평균 수익률은 35.5%다. 지난 2019년부터 108개 작품을 구매한 뒤 62개 작품을 매각했다. 평균 수익률은 매각한 작품들의 평균 보유기간 308일을 반영해 계산했다. 이 업체 김재욱 대표는 “그간 한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의 모바일 화면. 지난 10일 오전 10시 공동구매가 열리기 직전 모습이다. [문상덕 기자]

누적 투자금 206억원…국내 미술계 ‘큰손’ 돼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투자 성공률이 98%에 이른다. 주식시장에선 불가능한 숫자다. 이런 수치가 가능한 이유로 김 대표는 미술시장의 특수성을 들었다.  
 
“오픈된 경매시장에서 거래하면 경매업체에서 작품 낙찰가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판매자한테 10%, 구매자한테 10~20%다. 또 다른 구매 희망자와 경쟁하면 가격이 더 오른다. 이 돈만 아껴도 수익 내기 어렵지 않다. 경매에 나오기 전에 좋은 작품은 미술품 딜러들 사이에서 먼저 돈다.”
 
딜러와 비공개 거래할 때도 문제는 있다. 정해진 가격이 없단 점이다. 이때 중요한 건 구매자의 가격 협상력이다. 보통 기존의 구매 이력과 자본력에서 나온다. 이 업체가 공동구매라는 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과 2년 만에 206억원을 누적 투자금으로 모았다. 이런 투자금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크리스티·소더비 같은 해외 유명 경매업체·갤러리와 거래한다”고 밝혔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좋은 작품을 보는 눈도 필요하다. 김 대표 자신부터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간송미술관에서 3년 반 동안 운영 매니저로 일했다. 그 전엔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했다. 업체를 창업한 뒤엔 미술품 가치 산정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꾸려 운용하고 있다.
 
동종 업체들이 여럿 나왔다. ‘아트투게더’, ‘피카프로젝트’ 등이다. 김 대표는 “동종 업체가 늘수록 국내 미술품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가격 협상력을 따라오긴 어렵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소 투자액인 100만원을 입금하고서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수시로 증권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가격을 확인할 필요가 없단 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체크하는 일은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자)’로선 괴로운 일이다. 이번 작품은 2년 뒤에 매각해 수익을 낸다. 단기 투자에 익숙한 사람에겐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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