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예금금리 올린다는 은행들, 대출자에 피해 전가?
정은보 금감원장 "예대금리차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다" 지적
고심 깊은 은행들…수신금리→조달금리→대출금리 인상 불보듯
국내은행들이 결국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로 인한 은행들의 '폭리'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금융당국마저 나서 은행권의 예대금리(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지적하고 나선 영향이다. 하지만 수신금리 인상은 곧 은행 대출자산의 조달금리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 시중은행들은 예금과 적금금리 인상 폭을 더 높여 예대금리 차를 줄이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감원이 금리 오름세에 고객 비판이 쏟아지자 은행의 금리 산정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지적하고 나선 영향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예금과 대출 금리 사이 차이가 현재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다"며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보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의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불만은 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로 대출 문이 좁아진 데다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데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4∼4.861% 수준으로 최고 금리가 5%에 육박한 상황이다.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연 3.76∼5.122%를 기록, 최고 금리가 이미 5%를 넘었다.
반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지난 17일 12개월 기준 0.55~1.56%를 기록했다. 은행의 이자 정책에 따라 업계의 순이익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1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출 자산과 금리 인상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과 관련해 금감원이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며 자주 불러 이야기를 했다"며 "예·적금 금리 상정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당국의 요구에 은행들은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국내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 효과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적금의 경우 은행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불필요한 개입이 시장 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가 최근 1년간 기준금리 상승폭 대비 두배 넘게 상승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79%p로 전년말 대비 오히려 0.04%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0.11%p 하락한 결과로, 코로나 위기 이후의 중소기업 지원 비용을 가계가 부담한 것으로 단순히 대출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를 동시에 올리는 요인으로 예대마진 개선에 따른 이익 개선폭은 크지 않다"며 "따라서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상으로 폭리를 취해 막대한 이익을 냈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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