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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으름장에도 가계대출 재개하는 은행들, 규제 엇박자?

'오락가락' 금융당국 행보 속 신규 대출 속속 재개
"여론 눈치보기에 따른 정책 변화는 시장에 부정적"

 
 
서울의 한 시중은행 입구에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규제로 인한 '대출 가뭄'이 일부 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자 당국이 실수요 성격이 강한 전세대출 등 일부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규제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의 예대마진 개입이 어렵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 역시 정책 일관성을 훼손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규제 따로, 정책 시행 따로?…결국 대출 재개하는 은행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은 연말까지 막아놨던 가계대출 신규 가입을 풀고, 예·적금 금리도 높이는 중이다. 최근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대출 확대와 이자 인상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각 시중은행들은 이달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풀었고 하나은행도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했다. NH농협은행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대출 증가율이 당국의 지침(연간 5~6%)보다 낮아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대출을 재개한 은행들은 무주택자와 실수요자 대출에 한해 고객의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나 업계에선 느슨해진 당국의 대출 관리 태도가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한 8월 이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통해 부채 관리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했다. 이후에도 고 위원장은 은행의 여·수신금리 산정에 "정부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도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이 발생하자 "모니터링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고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은행권은 일제히 수신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인 지난 25일 예·적금 금리를 최고 0.40%포인트 인상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고 위원장 위기의식 강했는데…" 정책적 발언 오락가락

그동안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 취임 직후부터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9월 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에서 '밀물이 들어오고 있는데 다들 갯벌에 나가고 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칼날'이 점차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 국면에서 점차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소폭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재개된 것도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잦은 입장 변화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고, 이는 정책 신뢰도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폭리' 논란이 불거졌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은행 잔액 예대금리차가 상승한 것은 저원가성 예금 증가에 따른 조달 비용 감소, 듀레이션 차이에 따른 일시적 효과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신규 대출과 예금 간 금리차와 관련성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예대마진 과다를 지적,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며 "여론의 압박에 따른 부채 구조조정 정책의 약화는 전통적 은행주에는 부정적인 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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