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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잡겠다며 카톡 검열…정작 ‘N번방’은 못 잡는다

카카오, 10일부터 ‘불법촬영물 식별·게재제한’ 조치
텔레그램 못 잡고, 엉뚱한 동영상 올리니 “검토 중”

 
 
개정 전기통신사업법('N번방 금지법')이 시행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검열 테스트'라는 이름의 방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중앙포토]
 
앞으로 인터넷 공간에 사진·동영상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보다 정부가 먼저 확인한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겠다는 명목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한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후속 조치다. 그런데 정부가 꺼내든 방법으론 ‘제2의 N번방’을 못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메신저를 필터링할 방법이 없어서다. 사실이라면 인터넷 검열만 강화하는 꼴이다.
 
이런 내용은 3일 카카오 공지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카카오는 공지에서 10일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프로그램이 사진·동영상을 먼저 검토하고, 전송을 결정한다. 오픈채팅방은 일반 채팅방과 다르게 서로 친구로 등록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공개돼 있다.  
 
카카오가 별안간 사용자 검열에 나선 것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랐다. 개정법에 따라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고시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같은 국내 포털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등 87개 사업자가 해당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
 
당장 인터넷 검열이란 반발이 잇따른다. 민간단체인 오픈넷은 지난 3일 개정법과 관련 조치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무엇이 불법인지 정의가 모호해 정부 입맛대로 표현물을 검열한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 관계자 발언에 비춰도 검열로 볼 여지가 크다.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19년 “검열이라는 것은 어떤 내용이 공표되기 전에 그것을 강제로 들여다보고 공표 부적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필터링 절차는 검열에 가깝다.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진 않다.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촬영물을 유통했던 N번방 사건의 파문이 그만큼 컸다. 미성년자를 유인해 강제로 신체 노출 영상을 찍도록 했고, 이를 돈을 주고 본 가담자만 1만명이었다. 이를 두고 그간 디지털 성범죄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단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선 재발을 막을 만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  
 
문제는 재발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이 터진 주 공간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이었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가 강제로 들여다볼 수 없다. 애당초 개인정보를 절대 당국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운영방침으로 사용자를 모았던 메신저다. 이를 두고 이미 정부가 얼마든지 강제 조처를 할 수 있었던 국내 사업자만 필터링을 받게 된 것이다.
 
필터링 기술 자체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 급하게 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충분하게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고양이 동영상을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공언했던 효과는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정부가 음란물을 구실로 인터넷을 통제하려 든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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