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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교역시장 놓칠라 CPTPP 중국 가입 움직임에 따라나서

[CPTPP 가입하면 ①] 정부 가입추진 배경
중국·대만 신청에 검토에서 가입으로 결정
RCEP 발효 등 아태 경제의 급변도 영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미국이 탈퇴하자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자 문 정부도 가입 추진으로 입장을 바꿨다. 해외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어 제조·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엔 기회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만큼 국내시장도 개방해야 해 농업 등 취약분야에선 또 희생양을 삼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CPTPP를 통해 얻는 득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CPTPP 가입하면] ① 정부 가입추진 배경 ② 해외시장 확대 기대 ③ 취약산업 붕괴 우려
 
CPTPP는 미국이 탈퇴한 상황인데다, 최근 가입을 신청한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어 우리나라에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CPTPP 가입이 국내 기업의 수출시장 확대와 다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한편에선 농업강국들이 국내 농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반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앞으로 공청회 개최, 국회 보고, 각계 반응 등 국민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적 협의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뜻이지만 CPTPP 가입 결정을 이미 염두에 둔 발걸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 관련 향후 추진 계획’을 통해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중국과 대만이 CPTPP 가입을 신청한 상태고,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내년 초에 발효되는 등 아태지역 경제질서의 급변화가 예정돼 있어 CPTPP 가입 논의를 더 이상 정부 부처에 머물게 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에 공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이견을 조율하고 대응방안을 세우는 등 기본적인 내부 협의를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이제부턴 각계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CPTPP 가입과 관련해 사회 각 분야의 이해관계를 점검해보겠다는 말이지만, 내부적으론 CPTPP 가입을 철회할 생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홍 부총리의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그동안 무역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CPTPP 관련 국내 제도를 정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영기업·디지털통상·수산보조금·위생검역 등의 관련 규범들을 정비해왔다.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 여론 수렴,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한다”면서도 “교역과 투자 확대, 경제적·전략적 가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종합 검토해 CPTPP 가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이미 결정했으며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결론이 났으므로 앞으로 있을 정부의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는 CPTPP 가입 추진에 필요한 형식적인 절차나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CPTPP 출범(2018년 12월) 3년여 만에 우리나라가 이제서야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은 정부가 그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우리나라가 CPTPP 가입으로 득도 있겠지만 실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 표시된 세계지도와 각국 통화 환율 정보. [연합뉴스]

CPTPP 의장국 일본 반응, 대만에 환영 한국엔 냉담 

정부는 CPTPP 가입을 통해 해외시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아세안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 중심 한국 경제구조의 생산력과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년 전 일본 수출 규제 고비를 겪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날 때마다 “핵심 부품의 국내 생산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한 점도 문 정부가 CPTPP 가입을 결정한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CPTPP에 가입하면 무관세나 다름 없는 혜택을 누리면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어서다.  
 
중국과 대만이 지난 9월 CPTPP 가입을 신청한 점도 정부의 가입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 미·중 대립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탈퇴를 선언했는데, 이는 세계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에게 환태평양 경제동맹체에 들어갈 기회가 됐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과,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아시아 경쟁국인 대만이 각각 CPTPP 가입을 추진하자, 그동안 결정을 보류해왔던 문 정부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빠진 CPTPP에 중국이 먼저 들어가 경제동맹체제를 공고하게 구축하면 후발주자인 한국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배척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수 있을지 여부도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전체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CPTPP 의장국인 일본 정부는 한국에 못마땅한 반응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의 기조를 이어받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대만의 CPTPP 가입 신청은 환영한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에 대해선 “(CPTPP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할만한) 자격을 갖췄는지 판별해봐야 한다”고 평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정부 대변인(관방장관)도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가입 움직임에 “일본으로서는 전략적 관점과 국민적 이해에 근거해 대응해갈 생각”이라며 “지금까지도 협의한 바 없지만 앞으로도 협의할 예정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CPTP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자, 의장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뉴질랜드·말레이시아·멕시코·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칠레·캐나다·페루·호주 11개국이 참여해, 2018년 12월 발효된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협정 주요 내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데이터 거래 활성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이동 자유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 금지 등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CPTPP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에 따르면 CPTPP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2019년 기준 11조2000억 달러(세계 GDP의 12.8%)에 이른다. 차지한다. CPTPP 11개국의 무역 규모는 5조7000억 달러(세계 무역액의 15.2%)에 달한다. 11개국의 인구는 총 5억여명(세계 인구의 6.6%)이다. 한국의 수출액에서 CPTPP 11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 한국의 수입액에서 11개국의 비중은 24.8%를 차지한다. 최근 중국과 대만에 이어 영국도 CPTPP 가입을 신청해 경제동맹 영역이 태평양 너머 유럽으로 확장하게 된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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