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합격했는데 왜 출근 안 하죠” 기업들 ‘노쇼’로 골머리
면접 때도 첫 출근 때도 나타나지 않아
기업들 “3명 중 1명 노쇼, 업무방해 수준”
알고 보니 실업급여 노린 얌체 구직자들
정부 실업급여 지급 매달 1조원대 달해
#. 경기도 판교 소재 정보기술(IT)업계 중소기업 A사. 최근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자 5명과 면접 일정을 잡았다. 지원자의 편의를 고려해 면접 일정을 잡았지만 면접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IT업계에서 기업들마다 개발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도 이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A사 인사담당자는 “업계 상황이 그렇더라도 지원자가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면접에 참석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는 일이 많아 업무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강남 소재 B 광고대행사. 이곳은 심지어 면접은 고사하고 합격자와도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면접 후 합격한 신입사원이 출근 첫날부터 무단결근 한 것이다. 그리곤 한마디 사유 설명도 없이 ‘입사하지 않겠다’는 한 줄 문자만 보내왔다. 이 회사 대표는 “말 못할 사유가 있더라도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표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전화통화조차 없었다”며 “청년 취업난이 진짜 맞느냐”고 반문했다.
식당을 예약한 고객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 show) 현상이 고용시장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면접 당일 연락도 없이 불참하는 ‘면접 노쇼’는 물론, 합격 후에도 출근하지 않는 ‘출근 노쇼’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계획한 업무가 보류되고 채용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해 피해가 막심하다”며 업무 방해 수준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채용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낭비, 다른 인재를 면접할 기회 손실, 입사 일정에 맞춘 부서 충원과 업무 계획에 차질 등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서비스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 616곳을 대상으로 ‘상반기 면접 노쇼 지원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83.9%가 ‘노쇼 지원자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기업들이 겪은 노쇼 지원자 비율은 평균 33%에 달할 정도로 심각성도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고용동향 추이를 살펴보면 취업준비자(취업 관련 기관·학원에 다니는 인구) 수는 10월에 83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2000명 증가했다. 11월엔 77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명 늘어났다.
11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가사·재학·연로·심신장애 등 개인사유 외에 ‘그냥 쉬었다’는 인구만 235만3000명에 이른다. 게다가 취업준비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취업난에도 고용시장에서 노쇼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업계는 실업급여(구직급여)를 꼽고 있다. 지원자가 해당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는데도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채우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구직 활동 증빙용 이력서를 접수하고 면접엔 나타나지 않아 탈락을 유도함으로써 실업급여만 챙기는 얌체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직 공백 때우기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고용노동부(고용부)의 노동시장 동향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실업급여 지급 규모는 1월 9602억원, 2월 1조149억원, 3월 1조1790억원, 4월 1조1580억원, 5월 1조778억원, 6월 1조944억원, 7월 1조393억원, 8월 1조371억원, 9월 9754억원, 10월 8877억원 등을 기록했다.
서울 구로에 있는 한 IT 기업 관계자는 “고용보험료·건강보험료·최저임금 등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사업하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겐 면접 노쇼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면접 노쇼는 기업이 골머리를 앓으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TDI의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8~10월 뉴스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면접 노쇼와 관련해 ‘고용’, ‘최저임금’, ‘부담’, '실업’ ‘급여’가 연관 단어로 많이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직자의 막무가내 노쇼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행태”라며 “실업급여가 구직활동을 촉진하는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되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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