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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형제의 난' 종료되나…신동주, 롯데지주 지분 정리 이유는?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이후 신동주 영향력 급감
일본 롯데 영향력 남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지난 2015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가운데)이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조문현 변호사에게 일본말로 답변을 전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섰다.[중앙포토]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는 것일까. 롯데그룹 창업자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지주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수차례 분쟁을 벌였는데, 이번 주식 매각으로 싸움이 일단락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6일 롯데지주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한 주당 매각가격은 2만9342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신동주 회장은 288억4403만원을 확보했고, 그가 보유했던 롯데지주의 지분율은 0.94%에서 ‘0%’가 됐다. 신동주 회장은 이달 초에도 롯데쇼핑 주식 19만9563주, 롯데칠성 주식 2만6020주를 전량 매각하며 2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상속받은 유산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식 매각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롯데지주가 롯데그룹에 미치는 영향력과 상징성 때문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었다. 2015년 신 회장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이런 상황이 공개됐는데, 논란이 커지자 신동빈 회장은 같은 해 8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을 약속했다. 
 
롯데지주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2017년 10월 출범했다. 현재는 롯데그룹의 정점에서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이런 회사의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롯데지주는 최대주주인 신동빈(13%) 회장을 포함해 롯데장학재단(3.2%), 롯데홀딩스(2.5%), 호텔롯데(11.1%) 롯데알미늄(5.1%)이 주요주주로 있다.
 
신동주 회장이 보유했던 롯데지주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마저 정리하면서 형제간 다툼은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이어졌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두 이기면서 신동주 회장의 입지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 회장 형제는 2015년부터 6번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4월에는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사 해임의 건과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담은 주주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주총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의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기도 했다.  
 

변수로 남은 ‘일본 롯데’…신동빈, 신동주 영향력 끊어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롯데지주를 제외하고 롯데그룹의 핵심 회사인 호텔롯데에서 신동주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로 나뉘어 있지만, 두 회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를 지배하는데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호텔롯데는 이 밖에 롯데쇼핑(8.86%),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일본 롯데→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연결되는 고리 중 신동주 회장의 힘은 롯데홀딩스에서 드러난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광윤사(28.1%)인데,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5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와의 관계를 털어내는 대신 ‘일본 롯데’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한국 롯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상황에서 신동주 회장이 한국 롯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신동주 회장은 201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툼을 멈추자는 게 주요 내용이지만, 핵심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한국 롯데그룹 지배 구조 해소와 한국 롯데그룹의 독립 경영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완전히 분리하고 한국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는 신동주 회장이 경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총 대결이 반복되면서 분쟁이 이어졌고 화해도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일본 롯데 영향력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일본 롯데가 롯데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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