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의 혁신 행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8)]
산학연 클러스터로 혁신 일궈낸 미국 바이오주
세계 의약품 시장서 비중 키우는 바이오의약품
유전자 가위, 각광받는 차세대 바이오 혁신기술
이 기회에 글로벌 바이오의 역사를 보자. 미국 바이오벤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제넨텍(Genentech) 이야기다. 이 회사는 1976년 MIT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 로버트 스완슨(Robert Swanson)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출신 유전공학자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가 공동 설립했다. 세계 최초의 생명공학(바이오테크) 회사라고 하겠다.
보이어는 유전자를 잘라 다른 유전자에 결합시킨 후 다시 세포에 집어넣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1976년 벤처 투자가인 로버트 스완슨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제넨텍을 설립했다.
제넨텍은 1978년 인슐린, 1979년 인간 성장호르몬 같은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학 실험실에만 있던 많은 학자를 비즈니스 세계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지금까지 항암 항체치료제 ‘리툭산’, ‘허셉틴’, 천식치료제 ‘졸레어’ 같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며 급성장했다.
2009년 타미플루로 익숙한 로슈(Roche))의 자회사로 468억 달러(약 54조원)에 인수되었다. 제넨텍은 연간 매출액의 20~25%를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성공확률이 1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그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성공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를 받는 게 정당화되는 이유다.
미국 바이오주를 바라보는 부러운 눈
그도 그럴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은 상상의 이론에서 실현이라는 현실의 장(場)으로 바이오테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비교할 수 없는 개발 기간 단축, 혁신적 개발 비용 감소, 자사가 실현할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를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ceutical company, 대형제약사)와 제휴하거나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충족한다.
2020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됐지만 글로벌 빅파마의 성장세는 지속되었다. 그중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시 미국시장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산학연 클러스터에 있다.
미국 바이오테크의 눈부신 성장은 개방형 혁신 때문이다.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가 주축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의 경우 굴지의 글로벌 연구소와 학교가 집중되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는 케임브리지대 등 교육기관과 생어연구소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과학 연구기관, 존슨앤존슨, 화이자 등 대표적 제약사가 모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가운데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제 단순 신약의 시대를 넘어 유전자 편집의 신약으로 바이오테크의 혁명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2024년 반도체와 자동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은 미약하고 바이오주의 높은 주가는 정당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2026년이 되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3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 2021 프리뷰 및 2026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이같이 전망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30% 수준인데, 이는 2026년에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6년에는 매출 상위 100대 제품의 57%가 바이오의약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위 100대 제품에서 바이오 약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상승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38%, 2020년에는 52%로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이 높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제약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여전히 미국시장은 독보적이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던 주요 8개국(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위주에서 떠오르는 제약 신흥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파머징(파마+이머징)’ 국가의 비중 증대가 예상된다. 한국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에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약개발 통한 성장 사례로 바이오테크 육성해야
이 과정에서 4대 과기원과 각지역별 거점 대학의 생명공학과와 제대로 연계해서 무늬만 바이오가 아닌 제대로 된 한국형 제넨텍을 육성할 수는 없을까? 매출에서 신약 비중이 낮고, 마케팅 및 판매 비용이 큰 전통적 제약산업 위주에서 벗어나 신약개발로 고도성장하는 사례를 반드시 이룰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바이오테크 발전이 성장과 일자리 조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전체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류는 합당하다 하겠다.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그 가운데 유전자가 핵심으로 있다. 유전자 가위, 유도만능 줄기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CAR-NK, CAR-T) 항암제 관련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피부나 혈액 같은 이미 어른이 된 자기 자신의 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역분화시킨 것으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타인의 난자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 여기에 환자의 유전자와 일치해 차세대 재생의학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 효능을 한층 강화시킨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형태의 항암제 개발에 세계가 다투고 있다.
유전자 가위, 생명과학계의 화두로 떠올라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운명이다. 늙음으로 인한 죽음은 자연의 섭리일지라도, 갑작스럽게 특정 질병에 걸린다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예고 없는 이별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전자를 교정하면 사람이 걸리는 대부분의 질병을 통제할 수 있을까?
특정 질병에 취약하거나, 질병이 포함된 유전자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질환을 정복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유전자 연구 분야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바로 ‘유전자 가위(gene scissor)’다. 노벨상을 받고, 네이처 등 세계적 의학 권위지 등에서 잇따라 해당 기술에 주목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 연구는 생명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자연스레 투자시장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된 기업들로 시선을 돌리게 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한참 개발 중인 기술이 몇 년 후 질병 해결에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관련 기업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다.
유전자 교정은 미리 특정하게 조작된 인공 제한효소가 유전체에서 특정한 DNA 구간을 절단한 후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짜깁기하듯이 빼거나 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까지 나왔다.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가 크리스퍼 캐스9(CRISPR CAS9)다. 3세대 크리스퍼 캐스9는 앞선 기술보다 정확도가 높고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전 세대보다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개발 분야에 널리 사용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는 평가다.
사이언스(Science)는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2015년 최고 혁신기술로 꼽았으며, 네이처와 네이처 메소드 역시 이를 중요 실험기법으로 소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RNA 기반의 인공 제한효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유전병이나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활용 범위는 혈우병 유전자 교정 실험부터 유전자 변형 작물까지 빠르게 확대돼 왔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근육량을 늘린 돼지를 개발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 실험을 최초로 허가하면서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가 잘못 작동해 교정이 필요한 위치가 아닌 엉뚱한 위치를 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안전한 유전자 교정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 확보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환자의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에 대한 면역 능력을 높이거나, 선천성 질병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가.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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