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
적용 범위 모호, 의무 내용 불명확
기업 “법적 다툼에 피해보상 요원”

국내 대기업들은 안전보건 전담 부서 확대, 최고안전보건책임자 선임 등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안전보건 조직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일부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라, 회사와 피해자가 안전사고 책임을 두고 법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지속된 법적 다툼으로,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22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법 적용 시점은 2024년 1월 27일이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기업들은 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하거나 안전에 대한 최고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다.
예컨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날 기존 2개 팀으로 운영되던 안전환경실을 7개 팀의 안전보건실로 확대하고,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 각 기업들이 안전보건 분야 최고책임자 등을 선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기업 대응 고육지책 불과…막막한 중소기업
대기업 관계자는 “안전사고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사고 발생 때마다 책임자는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이라며 “법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전 전담 조직 확대나 최고안전보건책임자 선임 등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314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의 77.3%는 내년 법 시행일까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7.1%는 의무 준수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도 이 법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15일 개최한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등에 관한 설명회에는 5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참가를 신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의지가 있는 중소기업조차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하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책임 소재에 따라 최악의 경우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경영진 입장에선 어떻게든 실형을 모면하기 위해 장기간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정작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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