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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천당‧지옥 오간 최태원 SK 회장

중국 승인 받으면서 SK하이닉스 안정적 사업구조 구축
대기업 총수로서 '사업기회 제공' 공정위 제재 처음 받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며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2년을 앞두고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맞았다. 지난 22일, 중국 시장관리관리총국(이하 시장총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경쟁 당국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 8개국의 승인을 모두 받으며 마무리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왔지만, 국내에서는 악재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 회장이 SK의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이용해 경제상의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켰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8억원,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대기업 총수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사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로 재재한 공정위의 첫 사례였다. 이로써 최 회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활용했다는 ‘사익 편취’ 꼬리표가 붙게 됐다.  
 

‘10조8000억원 빅딜’ 1년여 만에 최종 성사  

지난 22일 중국 시장총국은 “SK하이닉스가 제출한 반독점(합병 승인) 심사 요청을 접수했고, 심사를 거쳐 ‘제한적 조항’을 부가하는 조건하에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1년2개월 만에 각국 경쟁 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까지 8개국 반독점 당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미국·한국·대만·영국·유럽연합(EU)·브라질·싱가포르 등의 승인을 모두 받았다. 하지만 중국은 쉽사리 승인하지 않아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유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해가 넘어가기 전에 중국의 승인을 받으며 최 회장과 SK하이닉스는 한숨 돌리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인텔에 계약 대금 90억 달러 중 70억 달러를 1차로 지급해 인텔로부터 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팹) 자산을 이전받게 된다. 나머지 대금은 2025년 3월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품에 안으면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할 전망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매출액 가운데 D램의 비중은 약 70%다. 낸드플래시는 23%에 불과하다. 이같이 편중된 사업구조는 SK하이닉스 실적의 변동성을 심화시켰다. D램 가격이 폭락하면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덩달아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매출액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3.5%다. 인텔(5.9%)의 점유율을 합치면 현재 2위인 일본 키옥시아(19.3%)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1위인 삼성전자(34.5%)와의 격차도 줄이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용 SSD 시장의 경우 세계 1위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 현재 세계 2위인 인텔(29.6%)과 SK하이닉스(7.1%)의 점유율을 합치면 36.7%다. 현재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4.1%다.  
 
업계에서는 2025년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비중이 약 6대 4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실적 변동성이라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총수의 ‘사익편취’ 꼬리표에 주주대표소송 가능성도  

중국에서 낭보가 전해진 날, 최 회장은 총수의 사익편취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게 됐다. 공정위가 최 회장이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기회를 부당하게 제공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SK실트론 인수 과정에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는 사실상 배제됐고, 최 회장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최 회장의 직접 지시 증거를 밝히지 못해 검찰 고발을 피한 것은 SK와 최 회장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SK 측은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결서를 받아보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후폭풍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SK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인수한 만큼의 이익이 원래대로라면 해당 사업 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에 돌아갔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당시 SK실트론의 기업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 2016년 12월 경영권 인수를 검토할 당시 1조1000억원 수준인 기업 가치가 2020년에는 3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주식 29.4% 또한 해당 지분율만큼의 추가 이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취득한 실트론 주식 가치(2020년 말 기준)가 2017년 대비 약 1967억원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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