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부터 다른 ‘3인’ 뭉치니…‘안마의자 레전드’가 탄생했다
바디프랜드 조직 문화의 경쟁력
디자이너·플로리스트·작곡가…부조합 3인 인터뷰
도전 지향·다양성 존중…유연한 조직문화·복지 강점
#. 안마의자 회사에서 열리는 ‘연말 어워드’. 직원들에게 주는 ‘상’ 이름이 범상치 않다. 임직원들의 패션을 빛나게 해 준 ‘스타일러상’부터 남다른 아이디어를 많이 낸 직원에게 주는 ‘도전상’, 자타공인 손재주가 좋다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금손상’까지 이색적이다. 여기에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한 직원들이 받는 ‘환경개선상’도 있단다. 기업이 우수 직원들에게 수상하는 상이라고 하기엔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올해는 이들과 같은 이색 경력자와 포상금 3000만원이 주어지는 1등 인재상을 비롯해, 약 90여명의 임직원들이 수상대에 오른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축하 꽃 90여다발. 이 꽃다발을 만든 전문 플로리스트도 이 회사의 정직원이다.
도곡동에 위치한 바디프랜드 본사. 지난 22일 이곳에서 만난 3명의 직원이 1층 카페에 모여 앉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같은 공간에서 한 회사의 소속된 직원으로 만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한 부조합의 그들. 패션팀 ‘디자이너’ 유정수 팀장(유 팀장)과 VMD팀 소속 ‘플로리스트’ 이소현 대리(이 대리), 브랜드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작곡가’ 손윤국 대리(손 대리)다.
“안마의자 회사에 패션디자이너가 있다고?”, “바디프랜드에 플로리스트가 왜 필요해?”. 유 팀장과 이 대리가 주변인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다는 질문처럼 궁금해진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른 곳도 아닌 바디프랜드에서 똘똘 뭉친 이유.
친구따라 ‘도곡동’ 왔다…안마의자회사 직원됐다
“패션팀이 전무한 회사에서 겪게 될 어려움보다는 제 모험심을 더 믿고 싶었어요. 당연히 초창기엔 타부서 직원들 조차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패션팀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의구심’에서 ‘바디프랜드에 필요한 존재’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아요.”(유 팀장)
이 대리가 바디프랜드로 옮긴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플로리스트의 삶은 웨딩장식, 플라워샵 등 한정적 분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바디프랜드는 전시회부터 행사, 전시장 연출, VIP 클래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바디프랜드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 된 셈이다.
이들처럼 바디프랜드 구성원들은 타 직종에서 일하다 얼떨결에,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옮겨온 경우가 많다.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해오면서 개그맨, 환경미화원, 헤어디자이너, 네일아티스트, 쉐프 등 이색 경력을 가진 직원들을 끊임없이 품에 안은 결과다.
손 대리는 합류 직전까지 여러 음반을 제작하는 작곡가 겸 영화나 드라마의 음악팀 소속으로 일했다. 클래식부터 국악, 현대음악 등 그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도 넓었다. 더 늦기 전에 새 분야에 도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기존 소속을 뒤로하고 바디프랜드행을 결정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처음 인연은 고객이었어요.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찾던 중 바디프랜드 전시장에 들러 체험을 하게 됐고 합리적 가격과 차별화된 디자인, 기능을 가진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죠. 새 분야의 일을 도전하고자 바디프랜드에 지원했어요. 오랜 기간 반복된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저에게 흥미를 줄 것 같았거든요.” (손 대리)
그렇게 인연을 맺었지만 처음에는 힘든 일도 많았다. 입사 후 맡게 된 첫 업무는 홈쇼핑 영상PD. 전혀 생소한 분야인 데다 일의 진행방식도 기존과 달랐다. 혼자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던 분야에서 조직이 힘을 모아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무 방식은 그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손 대리는 상사의 추천으로 안마의자 모델에 사운드를 넣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대표적인 마사지 프로그램인 브레인마사지, 심상마사지, 멘탈마사지 등의 사운드 개발로 이어지는 묘한 경험을 맛보게 됐다.
“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제품의 사운드를 개발해 나가면서 제가 제작한 음원을 팀원들과 청취하는 자리는 정말 긴장되죠. 해먹 마사지, 심상 마사지 등에 들어가는 자연의 사운드를 직접 녹음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는 강원도 야산, 새벽동이 트기전의 바다, 지리산의 계곡 등을 찾아 직접 녹음하기도 했어요.”(손 대리)
유 팀장 역시 첫 시작은 패션팀이 아닌 디자인연구소 소속이었다. 전시장 직원들의 유니폼 제작부터 임직원 맞춤복, 액세서리, 패션 굿즈 등 토탈 패션 디자인을 아우르는 게 그의 업무. 1년 동안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직원들의 호평이 쏟아졌고 1년 만에 정식팀으로 승격되는 성과를 맛봤다.
유 팀장은 매년 7월 승진자들을 위한 맞춤복을 제작할 때 “남모를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소개했다. 회사에서 100% 부담하는 임직원 복지 제도라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자신과 같은 이색 직원이 없는 타 회사에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 “회사의 긍정적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임직원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조합’이 주는 연결고리…도전과 오너십
“구성원 업무가 어떻게 보면 긴밀히 엮여 있어요. 제 업무가 고객들이 전시장에 와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게 하는 시각적인 서비스를 연출하는 작업이라면 손 대리님은 청각적인 작업, 유 팀장님은 바디프랜드인만의 에티튜드를 담아낸 직원들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죠.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만큼 회사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복지가 되어주는 구조다 보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이 대리)
회사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장점은 ▲도전에 대해 적극 지원하는 회사 ▲삭막한 곳이 아닌 멋진 갤러리 같은 회사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회사다. 여기에 워크숍, 사내행사 등이 다채롭고 무엇보다 구내식당의 ‘밥맛’은 엄지척이라며 한 목소리로 추켜세웠다. 여러 부조합을 모아 조화롭게 만드는 일이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시작’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저 뿐만 아니라 회사에 다양한 경험을 지닌 직원들이 있어요. 각각의 전문 분야가 결합돼 단순한 안마의자가 아닌 여러 형태의 상상 이상의 안마의자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 또한 순간순간을 기록하면서 배우게 되죠.”(손 대리)
“회사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부서가 시너지를 일으켜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저 또한 큰 그림의 일부로 제 영역에서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유 팀장)
바디프랜드 직원 10명 중 1명은 직원을 위한 직원이다. 그들이 모여 함께 움직이는 적극성과 시시각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이 길러지고 있다. 한때 기업가치 2조원 이상의 평가를 받았던 바디프랜드가 가진 조직 문화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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