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전략을 바꿨다. 항소심에 나선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야 할 만큼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래픽을 95% 이상 줄인다는 자체 기술도 내걸었다. 망 사용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말이라고 주장했던 1심과는 결이 다르다. 1심 재판부에선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었다.
 
2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론기일에 앞서 이뤄지는 변론준비기일에는 재판부가 사건 쟁점을 정리한다. 앞서 넷플릭스는 항소이유서를,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장을 냈었다.  
 
넷플릭스는 항소이유서에서 자체 기술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한 트래픽 감소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SK브로드밴드 같은 통신망제공사업자(ISP)가OCA를 통신망에 설치하면 넷플릭스 관련 트래픽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1000여 개 ISP가 OCA를 도입해 지난해에만 12억 달러(1조4000억원)를 아꼈다고도 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망 사용대가 간담회에서도 넷플릭스는 이런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트 전송 부문 디렉터는 “한국 인터넷 평균 속도는 초당 200메가비트”라며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필요한 트래픽(초당 3.6메가비트)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을 정체시킬 만큼 트래픽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공급자와 수요자(넷플릭스 구독자)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넷플릭스 데이터를 미국 본사가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끌어온다면 망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요자 근처에 콘텐트 복사본을 저장한 서버를 설치해둔다. 소송 전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망에도 OCA를 무상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OCA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발해왔다. OCA를 설치한다고 해서 트래픽 총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이유다. 25일 간담회에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두 회사 간 국제 트래픽 용량이 2018년 5월 초당 500기가비트(1메가비트의 1000배)에서 지난 9월엔 초당 1200기가비트로 24배 폭증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 해 3월 16일 항소심 첫 변론에 나선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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