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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원 낸드 시장 지각 변동에 대처하는 SK하이닉스 전략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80조원 규모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20년 연속 부동 1위인 삼성전자의 뒤를 쫓는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전자기기뿐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지난 26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34.5%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낸드 시장 주요 업체인 6개 기업 중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30%를 넘겼다. 2위는 일본 키옥시아(19.5%), SK하이닉스(13.6%), 미국 웨스턴디지털(13.0%), 마이크론(9.9%), 인텔(5.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 판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낸드 시장 2위 일본 키옥시아와 4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설도 여러 차례 나오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낸드 시장이 D램처럼 3강 구도로 굳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최근 8월까지 여러 차례 감지됐다. 이들이 합병할 경우 30%를 웃도는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 다만 키옥시아가 웨스턴디지털과 합병하는 대신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블룸버그통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주주와 일본 정부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는 보도를 냈다.  
 

인텔 사업부 인수 계약 9부 능선 넘어

낸드 시장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M&A를 통해 낸드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D램 위주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 중 D램 매출이 70.6%, 낸드플래시가 23.4%였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15 반도체 공장 건설과 초기 투자비용 등으로 인해 2018년 4분기부터 11분기 연속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에는 수율 개선과 출하량 증가 등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1.4%에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13.6%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7년에 미국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베인캐피털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통해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에 총 4조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가 상장을 완료하면 투자자(LP)로서 참여한 지분 투자금을 순차적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계약 체결은 최근 중국 정부 승인을 끝으로 총 8개 경쟁국의 승인을 받아냈다. 90억 달러(10조7000억원)을 투자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나선 것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심사 승인이 장기간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중국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절차는 9부 능선을 넘었다.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에 근접해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내건 6개 조건? "기술 이전 우려 없다" 

중국 정부는 SK하이닉스의 인수를 승인하면서 6개 조건을 내걸었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제3자 경쟁업체 한 곳이 SSD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도와 중국 국내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킬 것을 약속한다’는 5번째 조항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조항을 기술이전이 아닌 ‘공급계약’이나 ‘공급망 구축’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개 조항 모두 중국의 반독점 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가 심사 시 일반적으로 내거는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기술이전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5번째 조항에 대해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완제품으로 팔기도 하지만 웨이퍼에 회로가 찍힌 상태로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이를 조립해 SSD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양품의 낸드를 판매하라는 뜻으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이전이 아니라 오히려 매출로 귀결되는 공급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술이전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 입장에서도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민감한 시기에 기술 강탈에 대한 내용이나 독소조항을 넣어 미국에 빌미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5번 조항은 중국에 인텔 생산기지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본격적인 인수 마무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이 나오는 대로 올해 안에 1차 인수 대금 70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를 지불하고,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시설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부문을 양수한다. 이후 2025년 나머지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지급해 낸드플래시 관련 지적재산 및 인력 등 잔여 자산을 넘겨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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