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바이오’와 결별한 CJ그룹 다시 돌아오게 만든 ‘마이크로바이옴’의 매력은
CJ헬스케어 매각하며 떠났지만, CJ그룹 ‘천랩’ 인수로 '레드바이오' 시장 다시 도전
LG화학·유한양행 등 마이크로바이옴 차세대 성장동력 꼽고 적극 투자
신약 개발 성공하면 글로벌 ‘퍼스트 무버’ 우뚝…분석‧진단, 건기식 등 활용영역도 넓어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레드바이오(의약품 관련 바이오) 영역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 같던 CJ그룹은 이 시장에 재진입을 선언했다. 그 중심은 최근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천랩’. 국내 최고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꼽히는 곳이다. CJ그룹은 천랩의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꾸고 본점 이전에 나서며 회사가 주목한 레드바이오의 중심축이 여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는 회사는 CJ그룹뿐만이 아니다. LG화학과 유한양행 등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 신약의 권리를 인수했고 유한양행은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메디오젠의 지분 3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밖에 종근당, 일동제약 등 제약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활발히 펼친다. 종근당바이오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기반으로 만성 간질환 치료제를 국책 연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실시해온 일동제약은 올해 이 분야의 신약 연구를 위한 사내벤처를 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랩뿐 아니라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등 해당 분야에 집중하는 바이오벤처도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과 생태계 (Biome)를 합친 용어로 인체 내에 사는 각종 미생물의 생태계를 통칭한다. 인체에 존재하는 100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가 인간의 건강과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이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화두가 된 상황이다.
국내 업계가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는 ‘시장성이 분명한 미지의 신약’이라는 데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의 연구들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크론병 등 내장질환뿐 아니라 암, 정신질환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대부분 현재 확실한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인체와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을 이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일반적인 합성의약품과 비교할 때 안전성이 뛰어나 효능만 입증되면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기관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의약품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이 2025년 7억8880만 달러로 형성되고 2028년엔 14억1630만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아직 전 세계 시장에 상용화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건 미국의 세레스테라퓨틱스다. 디피실리 감염증을 적응증으로 한 신약 개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서 헬스케어 분야에서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다”며 “여기에 가장 큰 도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확장성이 크다는 것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약개발이 아니더라도 ‘미지의 영역’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게 이 분야에 진출한 회사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분석‧진단’ 영역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한 진단은 ‘맞춤형 의료 서비스’로의 전환에 있어 핵심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의 영역으로 사업 확장이 용이한 것도 매력적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고도화는 국내 건강식품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유산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로서 마이크로바이옴과 예방 관리 등 건강기능식품에 속하는 영역이 별개의 분야가 아니다”라며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건기식과 화장품 등 분야의 사업화를 통해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는 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집중하게 된 지대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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