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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투박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에 입주하는 이유

리소스 소모 적어 업무 프로그램 함께 써도 무방
“레고 블록 같은 디자인, 개성 드러내기 충분”

 
 
넥슨이 8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에서 연 채용 설명회 ‘채용의 나라’ 모습.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맵을 배경으로 했다. [중앙포토]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Gather)’에 가상 사무실을 차리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게더를 쓰는 국내 스타트업만 40개사가 넘는다.  
 
구인·구직 플랫폼기업인 ‘잡플래닛’이 대표적이다. 직원 70여 명과 함께 일하지만, 서울 강남구 사무실엔 황희승 대표만 있을 때가 많다. 황 대표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컴퓨터 모니터 속 아바타를 움직여 직원들과 대화한다”고 말했다.  
 
기술 기반 교육 스타트업인 ‘클라썸’도 지난 7월부터 게더를 쓰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에서 메타버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체험해보잔 목적이었는데, 가상 사무실로도 쓰임새가 좋았기 때문이다. 최유진 클라썸 대표는 지난 10월 미국 게더 본사와 파트너십까지 맺었다.  
 
최 대표는 “게더의 한국 파트너는 클라썸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10월 이후 기업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클라썸을 통해 게더를 사용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두 회사는 서비스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게더의 장점은 ‘가벼움’이다. 네이버제트에서 서비스 중인 ‘제페토’나 SK텔레콤에서 만든 ‘이프랜드’와 비교하면 디자인이 투박하다. 3차원 공간이 아닌 2차원 공간에 도트로 이뤄진 그래픽을 갖추고 있다. 
 
지금의 3040세대가 소싯적 즐기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1998년 출시)와 배경과 캐릭터가 닮았다. 그보다 어린 세대에겐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떠오를 법하다. 그만큼 컴퓨터 리소스 소모가 적다. 업무 프로그램을 게더와 함께 써도 컴퓨터가 크게 느려지지 않은 게 게더의 매력인 셈이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는 “가상 사무실을 도입하기 전 시중에 나온 모든 플랫폼을 써봤다”며 “사내에 주로 쓰는 코딩 프로그램과 함께 쓸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더 밖에 없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최적화 여부에 따라 메타버스의 미래가 결정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자 쿠드리(Raja Koduri) 인텔 부사장은 지난 14일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Quartz)와 한 인터뷰에서 “인류가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컴퓨터 성능이 지금보다 1000배는 좋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구나 쉽게 공간을 만들 수 있단 점도 중요하다. 어느 스타트업이나 사무실 문제는 골머리를 썩인다. 직원 수는 빠르게 느는데, 그에 맞춰서 매번 새 사무실로 옮기긴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공간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데 매번 전문 개발자 손을 거쳐야하면 오프라인 사무실과 다를 바 없다. 반면 게더에선 미니홈피를 꾸미듯 손쉽게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최유진 대표는 “게더에선 레고(블록으로 이뤄진 장난감)를 조립하듯 간단히 자신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며 “얼핏 투박해 보이지만 개성을 드러내기엔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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