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민국’ 12년사…‘배달앱 오징어 게임’에서 생존하는 법
[‘23조’ 배달시장, 이대로 괜찮나①] 여기는 배달민국
국내 빅3 ‘배민·요기요·쿠팡이츠’가 주도권 경쟁
신한은행은 땡겨요, 지자체도 공공배달앱 잇단 출시
배달앱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은 ‘차별화’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올해로 벌써 12년의 역사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날개를 단 배달앱 시장은 2020년과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산된다. 2년 전인 2017년(15조원)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업계에게 격동적인 해였다. 배달앱 1·2위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고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최근엔 은행업계까지 배달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배달앱들은 후발주자에 맞서 구독 서비스,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변신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쳐 눈에 띄었던 해였다.
배달앱 원조는 ‘배달통’…라이더 확보 경쟁 가속화
국내 최초의 배달앱은 2010년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스토니키즈’가 내놓은 배달통이다. 이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이 차례로 생기며 배달앱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 배달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플랫폼’ 때문이다. 현재 기준 국내에선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배달앱 ‘빅3’로 불리고 있다. 배달앱 빅3의 시장점유율은 97%에 달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배달 앱 정보량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6.3%로 1위, 다음은 요기요(21.55%), 쿠팡이츠(19.17%)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기도 공공 배달앱인 ‘배달 특급’(1.96%), 광주 공공배달앱 ‘위메프오’(1.02%)가 뒤를 이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쿠팡이츠의 성장세다. 지난 2019년 출범한 쿠팡이츠는 업계 최초로 ‘단건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단건배달 서비스는 고객이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라이더가 음식 1건을 주문한 고객에게 바로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배민1’ 서비스를 시작해 단건배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기존에 배달지가 비슷했던 여러 주문 건을 한 라이더가 한꺼번에 픽업해 순차적으로 배달해주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고객은 음식을 빨리 받을 수 있어 좋지만 1건에 라이더 1명이 움직이다보니 라이더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배달앱 업체들은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해 기본 배달비에 추가요금을 얹어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음식 배달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사업 확장하는 배달업계
이같은 흐름 속 업계 2위인 요기요는 단건배달 서비스에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배달앱을 넘어 플랫폼으로의 변화에 힘을 주고 있다. 요기요는 단건 배달 대신 인공지능(AI) 배차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통해 라이더에게 효율적인 배달 동선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의 단건 배달에 버금가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업계 최초로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기패스는 요기요 앱 주문시 기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멤버십 할인을 더해 월 9900원을 내고 플랫폼을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쳤다. ‘위대한상상’으로 사명을 바꾸고 GS리테일이 지분투자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차별화된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우아한테크콘서트’에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의민족은 더 이상 음식 배달앱이 아니다”라며 “배달앱을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9년 11월 ‘B마트’를 론칭했다. B마트는 식료품과 꽃, 각종 생필품 등을 최대 30분~1시간 이내로 배달해주는 이커머스 서비스다. 서비스 운영시간도 새벽 2시까지 확대해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는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뷰티·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한 ‘배민스토어’를 시범 운영 중이다. 브랜드 스토어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로 신발, 화장품, 친환경 식품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배달은 입점업체가 자체 또는 대행 계약을 맺어 진행된다.
치열한 경쟁 속 생존 전략은 ‘차별화’ ‘정체성 구축’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출범하고 이달 14일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땡겨요’는 가맹점주에게 2% 수수료율을 적용해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을 강점으로 내세워 빅3 배달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자체는 2020년부터 공공배달앱을 출시하며 민간배달앱의 높은 배달 수수료 부담 등을 덜어주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는 ‘배달특급’, 광주는 ‘위메프오’, 군산은 ‘배달의 명수’ 등 공공배달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부족 현상 등으로 인해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정체성’ 구축”이라며 “무수히 생겨나는 새로운 배달앱 사이에서 고객과 가맹점주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선 업체마다 차별화된 강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달앱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은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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