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장 25만원에 팝니다"…롯데百이 VIP ‘에메랄드 쇼핑백’ 없앤 이유
- 연 1억원 이상 VIP에게 제공되던 에메랄드 색상
중고시장서 100장에 25만원 거래
롯데백화점 VIP 등급별 차별화했던 라운지 전용 쇼핑백
7월부터 일부 색상 통폐합 하고, 블랙등급만 남겨
경기 불황에도 VIP가 백화점 매출 버팀목
‘공짜 혜택’보다 프라이빗·초개인화 등 경험 경쟁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롯데백화점이 VIP 등급마다 달랐던 라운지 쇼핑백 색깔을 통폐합했다. 연간 구매 등급에 따라 에비뉴엘 ▲그린 ▲오렌지 ▲퍼플 ▲사파이어 ▲에메랄드 ▲블랙으로 나뉘던 컬러가 최상위 등급인 블랙만 남기고 통합되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색깔로 묘하게 차별하는 것 같아 불편했는데, 이제야 바로잡혔다’며 달라진 규정을 반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롯데백화점이 쇼핑백까지 아껴 지출을 줄이려는 것인가’라는 불만도 나온다.
‘에메랄드 예뻤는데’…색깔 통일한 롯데백화점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17일부터 VIP별로 구분해 온 종이봉투 색을 통일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지난달 중순부터 오렌지와 퍼플, 사파이어, 에메랄드, 블랙으로 나눴던 라운지 전용 쇼핑백 색깔을 하나로 통합했다”며 “블랙 등급은 종전과 같이 검은색을 유지하고, 나머지 등급에는 아이보리 컬러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쇼핑백을 둘러싼 VIP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등급별 색상 차이를 선호했던 고객들은 상위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쓴 만큼 눈에 보이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VIP 혜택이 반드시 거창한 서비스일 필요는 없으며, 작은 부분에서라도 ‘내가 특별한 고객’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등급별 색상 자체를 불편해했던 고객들은 이번 통합을 반긴다. 쇼핑백만으로 소비 수준이 드러나는 방식이 부담스럽고, VIP라는 사실을 굳이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쇼핑백 색상이 아니라 주차와 발레파킹, 상품 구매 과정에서의 편의, 직원의 세심한 응대 등 실제 쇼핑 경험이다.
등급별로 다른 색의 쇼핑백이 ‘위시템’이 되면서 중고거래 수요도 생겼다. 본지 확인 결과 최근 국내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라운지 VIP 쇼핑백’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에메랄드 색상 쇼핑백 100장을 25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으로, 큰 사이즈는 장당 2500원, 작은 사이즈는 2000원이었다. 해당 판매자가 보유한 쇼핑백은 147개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은 결국 색깔 구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라운지 쇼핑백뿐 아니라 티 받침과 포스터 등의 색깔도 모두 하나로 통일했다”며 “지난해부터 에비뉴엘 고객 혜택 개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더욱 깊이 있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컬러 통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는 VIP’에서 ‘경험하는 VIP’로
VIP 혜택의 희소성이 흔들리는 현상은 쇼핑백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쿠키 등 다과류를 비롯해 주차권, 발레파킹권, 라운지 이용과 관련된 각종 혜택도 거래된다. 백화점이 VIP에게만 제공한 혜택이 백화점 밖에서 또 다른 거래 대상으로 유통되는 셈이다.
문제는 혜택이 거래되는 순간 VIP만의 희소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VIP에게만 제공된 쇼핑백이라도 중고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면 등급을 보여주는 상징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혜택을 지나치게 줄이면 VIP 고객 입장에서는 ‘일반 고객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백화점들이 VIP 혜택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이용 방식과 서비스를 세분화하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이 라운지 이용 기준을 세분화해 실제 입장 인원에 맞춰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고, 테이크아웃 역시 등급별 주문 가능 수량에 따라 이용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혜택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실제 VIP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을 정교화하는 방식이다.
VIP 차별화의 무게중심도 눈에 보이는 물품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프라이빗 쇼핑, 신상품 선공개,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인별 취향을 반영한 상품 추천 등이 대표적이다. 쇼핑백은 중고시장에서 다시 살 수 있지만 특정 고객만을 위한 행사나 개인화된 쇼핑 서비스까지 동일하게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의 VIP 전략은 ‘무엇을 더 줄 것인가’에서 ‘무엇을 다르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VIP 고객에게 일반 고객과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확신은 유지하면서도, 그 차이를 단순히 물건 하나로 사고팔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롯데백화점의 쇼핑백 통합도 이런 변화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여러 색상으로 등급을 드러내는 방식은 줄이면서도 최상위 블랙 등급의 색상은 유지해 최소한의 차별화는 남겼다. 보이는 혜택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VIP의 차이를 보여주는 방식을 바꾼 셈이다.
국내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VIP 고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혜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며, 눈에 보이는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도 있고 실제 쇼핑 과정에서의 편의와 서비스를 더 중시하는 고객도 있다”며 “앞으로는 구매금액에 따라 혜택을 단순히 늘리기보다 고객별 취향과 이용 행태를 반영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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