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서 배터리까지’…ESG 힘주는 롯데케미칼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업체 2대 주주로 ESS 공략
일부선 “탈석유 회사와 비교하면 속도 느려” 지적도
롯데케미칼이 약 650억원을 투입해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약 15%를 확보, 이 회사 2대 주주가 됐다고 6일 밝혔다. 수소 사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성을 차단한 배터리다.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고효율‧고출력이 가능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지분 투자 방식, 협력 방안 등의 논의를 거쳐 최종 투자 금액이 확정됐다. 세계 최초로 바나듐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스탠다드에너지는 카이스트(KAIST)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연구진이 2013년 설립한 배터리 전문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 ESS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2019년부터 바나듐이온 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왔다.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약 1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ESS에 적합한 특성을 갖춘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변동성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용하는 ESS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바나듐이온 배터리에 주목한 이유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지분 투자로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거점 등을 활용해 전기자동차 충전소, 도심항공교통(UAM), 재생에너지 활용 등으로의 사업 확대도 검토 중이다.
2023년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장 완공
지난해 말에는 여수 1공장 내에 CCU(탄소 포집‧활용) 파일럿 설비의 실증 운영을 완료했다. 실증을 마친 기체 분리막 기반의 탄소 포집 설비는 화학 성분의 흡수제를 사용한 습식‧건식 포집 설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고 공정이 간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향후 경제성 검토 등을 거쳐 약 600원을 투입해 대산공장 내에 연간 생산량 20만 톤 규모의 탄소 포집 및 액화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하반기 상업 생산이 목표다.
수소 사업과 관련해선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협력해 국내외 수소 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해외 블루‧그린 수소 도입 ▶국내외 수소 사업 개발‧투자‧운영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이며,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롯데케미칼이 수소,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탈(脫)석유를 외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요구에 친환경은 이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며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를 비롯해 국내외 석유화학회사들이 탈석유를 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사업 확대 속도가 빠르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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