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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 속 리얼 라이프 '메타버스'는 차세대 인터넷인가?

[2022 경제대예측 - 국내·외 산업 동향①] yes 70%

 
 
'페이스북 커넥트 2021' 행사에서 마크 주커버그 CEO가 메타버스 속 자신의 아바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면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메타버스(Metaverse)’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관련 플랫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를 ‘제2의 인터넷’ 혹은 ‘차세대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우선 메타버스라는 용어에 대해 정의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이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뜻한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최근 등장한 것이 아니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과학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언급됐다.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시작된 메타버스

해당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즉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해 접근하는 가상세계로 규정된다. ‘아바타(Avatar)’라는 개념도 스노우 크래시에서 등장한다. 아바타란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분신을 뜻하는 말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에서 유래됐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대중들에게 있어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메타버스 관련 콘텐트를 경험해 왔다. 2003년 출시된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속 분신을 비롯해 ‘싸이월드 미니미’, 각종 온라인게임 캐릭터들이 아바타의 대표적 예다. 2009년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동명의 공상과학(SF)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아바타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졌으며, 국내는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속 캐릭터인 미니미가 인기를 끌며 아바타 열풍을 일으킨바 있다.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 게임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이 꿈꾸는 미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30년전 등장했던 메타버스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주목받은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외부활동이 제한되자, 현실생활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질 수 있는 3차원(3D) 가상공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일부 온라인게임 플랫폼이나 아바타 기반 소셜 플랫폼 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 당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장직을 맡았던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은 2021년 1월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지난 1년간 지나온 모습은 국가 간 이동과 여행이 거의 되지 않고, 밀집된 공간에 모여서 사교하는 생활도 힘든 안타까운 일상이었다. 이런 경험이 가상 세계, 즉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속도를 10년은 앞당긴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서비스들은 무수히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을 꼽자면 ‘로블록스’, ‘제페토’, ‘디센트럴랜드’ 등이 있다.
 
2006년에 정식 출시된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블록으로 구성된 3D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소통하며 노는 공간으로, 현재 미국 청소년들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로블록스는 미국 내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누적 이용시간은 306억 시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억5000만명, 하루 접속자 수는 4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게임 역시 400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블록스 이미지 [중앙포토]

로블록스, 제페토 등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 큰 인기

로블록스가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 되는 점은 ‘로벅스(Robux)’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2020년 1200명의 개발자가 로블록스 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평균 1만 달러(약 1200만원)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상위 300명은 연간 평균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 로블록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제페토가 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제페토는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해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보유하고 있는 제페토는 이용자의 80%가 10대일 정도로 Z세대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고있다.
 
제페토가 10대들의 메타버스로 급부상한 이유는 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로 가상 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SNS 역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120억원,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5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여러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트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 9월 아이돌 가수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팬사인회를 열자 4600만명이 몰렸다. 2021년 2월에는 아이돌 가수 ‘있지(ITZY)’가 설 연휴동안 제페토 내 가상 한강공원에서 팬미팅을 개최했는데 누적 680만명이 방문했다. 제페토에선 아바타에게 옷을 사입힐 수 있는데, 나이키, 구찌 등 유명 브랜드도 제페토에 입점했다. 아울러 제페토 개인 이용자도 옷이나 아이템을 디자인해서 팔 수 있다.  
 
제페토 내 IP를 활용해 제작한 2차 콘텐트도 10억건이 넘었다. 직접 꾸민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10대들이 직접 드라마 등을 제작하고 있다.  
 
디센트럴랜드는 2015년 설립돼 2020년 2월 정식 오픈한 블록체인 기반 VR플랫폼이다. 디센트럴랜드에서 이용자는 탐색, 생성, 게임 플레이, 웨어러블 수집, 창작물 수익화, 토지 플롯 활용, 3D 건축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땅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이용자들은 가상화폐 마나(MANA)를 통해 게임 내 땅을 사고 팔 수 있고 부동산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도 챙겨갈 수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021년 11월 캐나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토큰스닷컴이 디센트럴랜드 땅 일부를 61만8000마나로 구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당시 달러로 환산할 경우 243만 달러(한화 약 29억원)에 해당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2022년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 소비자 지출도 3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App Annie)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소비자들은 메타버스 모바일 게임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 이상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애니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단한 조작과 가상 아바타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세계 구축 기능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소비 지출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페토 속 블랙핑크 이미지 [중앙포토]

장밋빛 미래 예상되는 메타버스 관련 산업

메타버스 핵심 구현기술인 VR·AR 시장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분석에 따르면 메타버스 구현 기술인 VR·AR 시장은 2019년 455억 달러(약 53조7500억원)에서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8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메타버스 시장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는 2020년 476억9000만 달러(약 57조400억원) 수준이던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8년 8289억5000만 달러(약 99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을 대체하며 최대 8조 달러(약 90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가 기존 인터넷을 뛰어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존 플레이어 이외에도 여러 후발주자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메타버스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정도로 메타버스에 진심이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 메타는 모든 사람들이 3D 세상에서 함께 즐기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함께 공개된 새 로고는 수학기호에서 무한대를 의미하는 모양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가 멀리 떨어진 사람과 실제로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차세대 소셜 테크놀로지 회사로서의 미래를 펼쳐나갈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인 VR 기기 기술에도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4년 VR 디바이스 제조기업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한 이후, VR·AR 디바이스 콘텐트-플랫폼 등 확장현실(XR) 산업 밸류체인에 대한 전방위적 투자를 지속해왔다. 메타는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를 중심으로, 그간 게임에 집중됐던 VR 기술을 업무, 사회 교류, 피트니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 V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Project Cambria)’도 공개했다. 
 
SK텔레콤이 국내 기업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치열한 경쟁 벌이는 후발주자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투자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오래전부터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본업인 통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2019년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을 선보였고 2021년 7월 이를 ‘이프랜드(ifland)’로 개편해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가 ‘누구든 되고 싶고, 하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가고 싶은 수많은 가능성(if)들이 현실이 되는 공간(land)’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프랜드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메타버스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세스 간소화와 사용성에 중점을 뒀다. 800여 종의 아바타 코스튬 소스와 18종의 다양한 룸 테마 등을 기반으로 130여 명이 같은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회의, 행사 등에 특화된 오픈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현재 이프랜드에선 음악방송, 채용설명회, 영화 관람, 워크샵, 발표회 등 다양한 소통·체험형 콘텐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는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원조 모바일게임사 컴투스도 게임, 영상, 공연과 같은 콘텐트를 비롯해 금융, 쇼핑,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서비스가 포함된 메타버스 협력체를 조성하고 있다. 일·생활·놀이를 모두 결합한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 구축을 추진 중이다.  
 
컴투버스 플랫폼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가상 오피스 환경을 제공하는 ‘오피스 월드’, 언제든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고 의료 및 금융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커머셜 월드’가 조성된다. 게임, 음악, 영화, 공연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월드’, 이용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월드’도 포함된다.  
 
아울러 이런 서비스들과 연동하는 독자적 블록체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참여자들이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 실제 삶과 같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미러월드 메타노믹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향후 제2의 인터넷 혹은 차세대 인터넷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모습이 현실로 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다만 VR 기기 대중화 및 여러 수반되는 기술 발전 속도가 이용자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 관련 수요가 높아진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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