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겪는 나스닥 상장사 스펙트럼과 '혈맹'맺은 한미약품
“롤론티스‧포지오티닙 올 인” 스펙트럼, 한미는 유동성 지원으로 한 배
한미약품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이하 스펙트럼)에 '혈맹'을 맺고 지원에 나섰다. 한미약품의 지원을 받는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에서 도입한 파이프라인만 남긴 채 다른 파이프라인을 모두 정리하는 '강수'를 뒀다.
혈맹에 따라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이 개발해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과 호중구감소증 신약 '롤론티스' 개발에 '올 인' 하기로 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의 상용화에 회사의 명운이 걸린 만큼, 상용화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미약품은 지난 4일 스펙트럼에 24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스펙트럼 신주(보통주) 1250만주를 주당 1.6달러에 사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약품은 이와 함께 스펙트럼에 수출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의 계약 내용을 마일스톤을 낮추고 로열티를 높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예정된 마일스톤을 초기 로열티에 추가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마일스톤 수령 시기를 늦춰준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펙트럼에 대한 한미약품의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스펙트럼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743만5000 달러(약 1288억원)로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안에 현금 소진이 유력하던 상황이었다. 스펙트럼이 지난해 1~3분기 지출한 현금은 1억1868만6000달러로 스펙트럼에 남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많다.
한미약품의 투자의 동기와 목적은 이튿날 확실시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펙트럼이 ‘전략적 구조조정(Strategic Restructuring)’ 계획을 밝힌 것. 스펙트럼은 개발단계가 앞서있는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회사의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은 잠정 중단키로 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스펙트럼은 임직원 30%를 감축하고 회사의 물리적 공간을 축소해 현금 지출을 20~25% 줄인다는 방침이다. 톰 리가 스펙트럼 CEO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비 절감과 현금 고갈(cash runway) 시점을 2023년까지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혈맹’ 맺는 한미-스펙트럼, 파이프라인 상용화 ‘한 배’
한미약품은 스펙트럼 이사회(Board of directors)에도 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이사회 추천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스펙트럼 이사회 추천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혈맹으로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이 한 배를 타게 됐다고 본다. 스펙트럼이 사실상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개발에 ‘올 인’하게 됐고, 한미약품도 해당 파이프라인 상용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포지오티닙을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 및 전이성 ‘HER2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신약 시판허가(NDA)를 제출했다.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승인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다가 보완요구를 받은 롤론티스도 상반기 중 품목 허가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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