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HDC현산',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 속출
지자체는 공공사업에서 배제 예고
민간은 시공계약 해지 사업참여 반대
붕괴 사고 후 아이파크 전세 매물 급증
매물 호가 1억~2억 하락 속출하기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곳곳에서 외면받고 있다. 잇단 두 차례 대형사고 등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나자 현산을 ‘보이콧’ 한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 민간 구분 없이 곳곳에서 HDC현산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는 광주시 내에서 현산이 진행 중인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나아가 일정 기간 동안 광주시 내에서 HDC현산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 하게 하는 ‘사업 배제’까지 예고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3일 “광주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 기간 현산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광주 지역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HDC현산을 퇴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C현산은 현재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외에도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3단지 재건축 등 총 4곳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민간에서도 HDC현산과 맺은 시공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HDC현산과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 현대아파트에서는 HDC현산의 재건축 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한 HDC현산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HDC현산을 컨소시엄에서 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단지에 입주 예정자들은 실거주 대신 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입주가 시작됐거나 예정된 전국의 아이파크 단지들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전세 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2500여 가구 규모의 대전아이파크시티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전세 매물이 332건에 그쳤으나, 지난 16일에 406건으로 22.3% 늘었다.
또한 아이파크 아파트의 호가가 크게 내려간 단지까지 등장했다. 대전아이파크시티 2단지 전용면적 84㎡의 매물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전세 호가가 5억~6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4억원까지 내려갔다. 청주가경 아이파크에서도 전용 84㎡는 이달 초 5억 3000만원까지 높아졌던 호가가 최근 4억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7일 만에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대국민 사과했다. 정 회장은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면 나오는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이파크 보이콧에 들어간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HDC현산, 영업정지 혹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이번 사고에서 HDC현산의 부실시공 등이 드러나면 본사 소재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처벌규정에 따라 최장 1년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고의성과 과실 여부가 입증되면 건설업 등록 말소도 가능하다. 이러한 처벌은 부실시공으로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과실로 많은 사람에게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내려질 수 있다.
만약 HDC현산이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공공사업 수주와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금지되고 등록말소를 받을 경우에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한다. 그동안 국토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산업에 건설업 면허를 취소한 바 있다. 다만 동아건설산업은 처분 이후 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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