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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그룹’ 회계부정 감리, 3년 넘도록 결론 못내는 이유는

“바이오시밀러 특수성, 복잡한 계약내용으로 판단 쉽지 않아”
쟁점은 헬스케어 재고자산 평가손실 처리…고의성 입증 관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전경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 그룹 3사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관련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공식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셀트리온 그룹 회계부정 의혹은 지난 2018년 말부터 3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증선위에선 셀트리온 그룹의 회계부정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기업회계팀 관계자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셀트리온 관련 안건은 아직 감리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감리위원회 절차가 끝난 뒤 증선위에서 공식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한 기업의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3년 이상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이례적이다. 회계학계 등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셀트리온 그룹이 전에 없던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하며 고려해야 할 산업적 특수성과 신규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해외 파트너사들과 맺은 복잡한 계약 상황 등이 맞물려 다양한 쟁점들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당초 셀트리온 그룹의 회계부정 의혹 관련 금융위의 조사는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이 거래의 회계처리 적절성을 지적하며 출발했다. 셀트리온 그룹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에 넘긴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해당 안건이 아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적용방식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계전문가들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셀트리온 그룹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유통은 셀트리온은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DS)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가공해 해외 파트너사 혹은 자회사에 다시 판매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원료의약품을 매입하고, 이를 다시 파트너사에 넘기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재고자산이 발생한다. 이 재고자산의 회계처리가 간단치 않다. 특히 파트너사와의 거래에 존재하는 마진 조정 약정 등의 회계처리에는 쟁점이 발생할 여지가 크단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마케팅 및 판매 파트너사들에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해 제품을 판매한다. 여기에 바이오의약품의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마진을 사후 조정하는 약정 등이 포함됐다. 2017년 상장을 앞두고 제출된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설명서에는 “지역별 마케팅 및 판매 파트너사들이 제품 판매 후 지역별 마케팅 및 판매 파트너사들의 합의된 마진을 조정하는 약정 하에서 시장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사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되기도 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가격 결정권이 회사에 있는 자동차 등 제품의 경우 공급 가격을 정하고 이후 가격 조정에 대해선 파트너사에 지급하는 별도의 인센티브 비용 등으로 회계 처리를 하면 되지만 의약품의 경우 가격 결정권을 회사가 완전히 가지고 있지 않아 계약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특히 파트너사별로 계약 내용이 다르다면 재고자산 손실을 특정 시점에 처리하는 데는 쟁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도래할 경우 재고자산의 회계처리 문제도 언급된다. 일반적으로 유효기간 종료가 도래하면 재고로 가진 자산은 손상된 것으로 보는 게 맞지만,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특수성이 존재한다. 셀트리온이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완제품 형태로 파트너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의 유효기간이 별도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효기간이 도래한 원료의약품을 완제의약품으로 가공해 유효기간을 새로 부여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유효기간 도래 원료의약품의 손상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시각이다.
 

분식회계 입증하려면 ‘고의성’ 관건

금융당국이 이런 회계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볼 경우 고려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셀트리온 그룹이 고의성을 가지고 회계처리를 했느냐다. 고의로 잘못된 회계처리를 했다면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고의성이 없었다면 ‘과실’에 따른 가벼운 처분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셀트리온 그룹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고의성’의 판단이 가능한 시점은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 시점이라고 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평가받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진 셀트리온 그룹 지주사 합병도 있지만, 감사가 진행된 기간을 고려했을 땐 상장 시점이 가장 유력하다.
 
예컨대 상장 시점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원활한 상장을 위해 재고자산 손실을 축소 반영했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로썬 고의성 입증이 쉽진 않을 것이란 게 회계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회계 부정을 통해 상장 요건을 충족시켰거나, 예상되는 기업가치의 큰 변화를 불러오지 않는 이상 고의성을 주장하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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