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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단체 만들었다고 가맹계약 해지…프랜차이즈 ‘갑질’ 여전

가맹본부, 광고·판촉비 등 각종 비용 가맹점에 전가
가맹점주협의회 “점주단체 등록제 등 제도개선 필요”
관련 법 지난달 국회 의결 중, 공정위 의견 수렴 나서

 
 
지난해 9월 2일 서울 동작구 맘스터치 상도역점에 영업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갑질에 대항하기 위해 벌인 단체행동을 가맹본부(본사)가 방해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조사나 처분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가맹본부의 행태를 금지하는 법령을 마련했지만 업계에선 유사한 사례가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가입·활동 등을 한다는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의 협회 구성 등 단체행동을 방해해 공정위로부터 처분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울 강동구에 있는 맘스터치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다. 햄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만드는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맘스터치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단체활동 가맹점에 불이익…본부·점주 갈등 심화 

지난해 3월 맘스터치 상도역점 점주 황모씨가 본사의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자 전국 맘스터치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동참을 촉구하는 우편물을 보냈고, 그 해 4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자 맘스터치는 지난해 8월 황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 본사와 황씨는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 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맘스터치가 점주들이 단체를 만드는 활동을 반복적이고 계획적으로 방해해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을 어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역시 가맹점주들이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맹점 계약을 끊은 치킨 브랜드 프랜차이즈 업체인 제너시스BBQ와 BHC가 공정위에게서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시정 명령과 함께 각각 15억3200만원과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BBQ는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 설립과 활동을 주도한 용인·죽전·새터점 등 6개 점포에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와 함께 ‘본사를 비방하거나 다른 가맹점을 선동하는 경우 언제든 계약을 종료하고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다.
 
2018년에는 피자에땅이 2015년 가맹점주협회를 설립하려던 점주들이 운영하는 가맹점 두 곳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표적 점검했다. 여기서 적발한 사소한 계약 위반 사항을 이유로 내세워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공정위는 이를 법 위반으로 보고 피자에땅에 약 1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피자에땅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시했으며 지금까지도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드랍에서도 부당 가맹계약 해지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3월 가맹점주들이 가맹점협의회를 구성해 본사가 광고판촉비용을 가맹점에 부당하게 부과하고 있다고 항의하자, 에그드랍은 광고비 납부를 거부한 100여개 가맹점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에그드랍 가맹점주들은 공정위에 본사를 신고했다.
 
교육기업 신사고아카데미(쎈수학)도 무상으로 제공하던 교재를 유상 판매로 전환하고 비대면 학습에 필수적인 동영상 콘텐트 공급도 제한했다. 심지어 지난해 2월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전체 가입지사(가맹점)의 약 80%에게 인터넷 공지와 문자 메시지로 약정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쎈수학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2017년 7월 미스터피자 경영진이 가맹점주 단체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담은 고발하며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점주들 “본사 횡포 막으려면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해야”

이 같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점주) 간 갈등은 무리한 마케팅 경쟁에 따른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가맹본부는 비용 절감과 마케팅 확대에 열을 올린다. 가맹본부가 광고·판촉을 비롯해 포장재 변경, 로열티 인상, 매장 리모델링, 할인 쿠폰, 각종 행사 등의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떠넘기다시피 해 진행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가맹본부가 이에 대해 가맹점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해 점주들은 강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업계 갈등이 끊이질 않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광고·판촉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공정위는 향후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광고·판촉 행사 실시 전에 동의를 얻어야 할 가맹점주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에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4일 공정위가 개최한 가맹·유통 분야 업계 간담회에서 “그간 가맹본부가 점주들의 동의 없이 과도한 광고판촉비를 가져가는 불합리한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광고·판촉행사 실시에 대한 점주의 사전동의제 도입이 확정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다만 “일부 가맹본부가 점주단체를 부정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거나 점주단체 참가자 등에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다”며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뿐 아니라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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