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긴장하는 산업계②] 중소제조업 322개사 중 53.7% ‘불가능’
법안의 모호한 기준, 예산 부족 등으로 현장 어려움 호소

“의무사항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다. 안전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는데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매뉴얼에도 구체적인 예시는 없어 마치 ‘안개 속에 놓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인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법인 또는 기관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망 외 중대 산재의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법인 또는 기관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해당 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비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기류는 계속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들은 법률 컨설팅을 받거나 안전보건책임자(CSO) 직을 신설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현은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중소제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의무사항 준수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53.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회사 종사자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은 큰 것으로 해석된다. 50~100인 기업의 경우 60.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불가능하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무 이해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다. ▶전담인력 부족(35.0%)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장에서는 특히 법안의 모호한 기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과 경고는 할 수 있지만, 근로자 개개인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선 대표자가 모두 책임질 수 없지 않냐”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한 의무사항도 모호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예산을 측정하라는 데 어느 정도 규모인지도 모호해서 혼란을 겪는 업장이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관리 인력을 안 그래도 구하기 어려운데, 안전 업무를 담당하던 관리자들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등 연쇄적으로 인력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렇다고 안전 분야 예산을 늘리기도 어려워 답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위한 정부 컨설팅 및 재원 지원 시급
물론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제조업과 기타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무료 컨설팅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재해예방 기관의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3∼4개월간 총 4회 이상 컨설팅 신청 기업을 방문해 안전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 기업 내 위험요인 등을 파악한 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기업 차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50~100인 미만 기업들의 경우 하청 기업들이 많기도 하고 예산적인 차원이나 대응능력 수준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2~3년 동안 해당 법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중대재해 안전보건전담자 채용 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외부 단체의 도움이 절실하고, 현장 근로자들에게도 안전관리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방침이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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