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유목민 노리는 SK브로드밴드, OTT 포털 실험 성공할까
OTT 포털 '플레이제트' 출시…카카오 오리지널, 달려라 방탄 등 제공
7만9000원에 MZ세대 공략…"TV 시청 접점 높이기 위한 IPTV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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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가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셋톱박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다. 이름은 올인원 플레이박스 '플레이제트'.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를 한 번에 검색,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크기는 9.1㎝.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라 먼 곳까지 휴대할 수 있다. 와이파이와 휴대폰 테더링, 구글 크롬캐스트를 지원해 디스플레이만 있다면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이기 때문에 필요한 앱이 있다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받아 쓸 수 있다. 가격은 7만9000원. 플레이제트와 외형, 기능이 유사한 애플TV 4K(32㎇, 23만9000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가격이다.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OTT 셋톱박스를 내놓은 건 OTT에 쏠린 눈을 SK브로드밴드로 돌리기 위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5일 발간한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트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는 평균적으로 OTT 플랫폼을 2개 이상 구독하고 있다. 비용으로 따지면 월 1만3000원가량을 OTT에 투자한다.
이런 경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짙어졌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영화, 드라마 등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 서비스되는 콘텐트 질도 높아졌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지옥'은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순위 1위에 오르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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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가입자는 지난해 상반기 약 20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 매체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그런데도 IPTV 사업자가 OTT에 목매다는 이유는 10~20대를 중심으로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몇 년간 약정에 묶여야 하는 IPTV보다 기기만 있다면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OTT 선호가 늘었다.
SK브로드밴드의 플레이제트 역시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다. IPTV가 여러 콘텐트를 한곳에 모아 제공했던 것처럼, 이제는 OTT 콘텐트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뜻이다. 특히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채널Z'를 따로 마련해 IPTV가 서비스하지 않았던 온라인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 담당은 "카카오 오리지널 콘텐트, 달려라 방탄 등 MZ세대가 좋아할 콘텐트만 따로 모아 별도 채널에서 제공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많은 콘텐트를 공급했던 기존 IPTV 문법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나만을 위해 편성된 채널을 즐길 수 있도록 플레이제트를 구성했다"고 했다.
물론 플레이제트의 사업 전망이 장밋빛인 건 아니다. 미디어 시장은 신문, TV 등 플랫폼에서 콘텐트로 넘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플레이제트가 OTT 포털을 자처하고 있지만, 결국 독자적인 콘텐트가 있어야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는 의미다. OTT 셋톱박스를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이 사업은 이미 경쟁사가 뛰어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다. LG헬로비전이 OTT 전용 셋톱박스 사업에서 2020년 철수한 게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OTT 콘텐트를 즐기는 이용자가 많다 보니, OTT 셋톱박스 시장의 성장세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IPTV업계 관계자는 "IPTV가 기존의 폐쇄적인 콘텐트 공급 형태를 고집하면 유료방송을 끊는 코드커팅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MZ세대는 통상 1인 가구인데다, 실시간보다 VOD 시청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계층에 한정한 독립 상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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