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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DOWN I 장기영 TS트릴리온 대표] ‘테마주’로 반짝…‘탈모왕’ 앞길 산 넘어 산

‘이재명 탈모주’ 엮여 주가 70%↑…투자경고종목 지정
주가 뛰자 대주주 일가 잇단 지분 매각…120만주 팔아
R&D 비용 7200만원 vs 광고선전비 84억…위기 요인으로

 
 
장기영 TS트릴리온 대표. [사진 TS트릴리온]
 
‘탈모샴푸’로 유명한 TS트릴리온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상장 1년도 채 안돼 적자로 돌아서면서 추락하던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탔다. 반전 계기도 예상치 못한 지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 공약’(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에 엮인 것. 때아닌 ‘탈모주’,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주일 새 70% 이상 뛴 주가는 하락세를 타고 있고, 대주주 일가가 잇따라 지분을 매도하면서 주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화살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기영 대표에게 꽂히는 모양새다. 한때 탈모인들 사이에서 ‘탈모왕’ 격으로 통하던 그와 TS트릴리온 앞에 놓인 과제가 적지 않다.  
 

대주주 일가의 ‘매도 폭탄’…주가 주르륵   

 
‘테마주’로 반짝 하던 TS트릴리온 주가는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1월 들어 1855원까지 뛰어 올랐지만 이날 투자경고종목으로 된 뒤 전 거래일 대비 255원 떨어진 1600원에 장을 마쳤다. 28일엔 1210원까지 떨어졌고,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3일 주가도 1200원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 
 
업계에선 대선후보의 구체적인 정책과 무관하고 소문으로 엮인 테마주여서 ‘거품’이 빨리 걷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면서 대주주 일가가 잇따라 지분을 대량 매도한 영향도 적지 않다. 통상 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고점 신호로 여겨져 매도 후 주가가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  
 
장 대표 일가는 지난 1월 5일 잇따라 지분을 매도했다. 이날은 ‘이재명 테마주’로 주목받은 뒤 열린 첫 거래일로 주가가 1025원으로 급등했다. 전 거래일 대비 29.58% 상승한 수치다. 장 대표 형인 기훈, 기하씨는 이달 각각 40만주(약 4억1000만원), 50만주(5억1250만원)를 매도했고 누나 연숙씨도 30만주를 팔아 약 3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들의 매도로 TS트릴리온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72.57%에서 71.26%로 감소했고, 같은달 12일 대주주 일가 매도 공시가 나오면서 상승기류를 타던 주가는 1185원으로 급락했다.  
 
 
공교롭게도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매각한 시점은 모두 고점 도달 전후다. 2020년 12월 상장 당시 6개월과 12개월 보호예수로 묶여있던 지분이 모두 풀린 시점이기도 하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과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다른 측면에선 대주주 일가 조차도 회사의 성장성과 영속성에 대한 의문이 높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100억 장밋빛 전망…‘적자 전환’에 경쟁만 치열

TS트릴리온의 시작은 2007년8월 설립된 ‘탈모닷컴’이다. 장 대표는 커뮤니티 마케팅을 통해 ‘탈모인이 만든 탈모샴푸’, ‘탈모 샴푸 전문’이라는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2014년 홈쇼핑 론칭 이후 대박을 터뜨렸고, 탈모샴푸 시장 점유율 1위로 우뚝 섰다. 2017년 코넥스 상장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엔 꿈에 그리던 코스닥 상장을 이루면서 성장 고속열차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장 1년도 안돼 안팎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장 당시 ‘영업이익 100억’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3분기 누적매출 역시 380억원으로 1년 목표치인 827억원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에선 TS트릴리온의 위기요인으로 ▲치열해지는 경쟁 ▲제한된 포트폴리오 ▲낮은 R&D 비용 등을 꼽았다. 우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대기업들은 ‘탈모 브랜드’ 강화에 속돌르 내고 있다.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 카카오 계열사인 와이어트 ‘닥터포헤어’ 등이 탈모 예방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보다는 존재하는 시장을 나눠먹는 수익 구조라 TS트릴리온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군이 ‘샴푸’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TS트릴리온 매출의 70%는 탈모 예방 샴푸가 담당한다. 성장모멘텀을 이끌어 줄 차기작이 없다는 의미다. 그동안 장 대표는 사업다각화에 노력해 왔다. 건강생활 전문 브랜드를 꿈꾸며 치약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했다. 2018년 ‘TS착한치약’과 화장품 브랜드 ‘TZ코스메틱’을 론칭했고 2019년엔 탈모에 도움이 될 건강기능식품도 내놨다. 하지만 차별성을 잡는 데 실패하면서 고전하다 결국 관련 사업을 모두 접었다.  
 

탈모 기능성 강조하면서…스타 마케팅에만 펑펑  

일각에선 TS트릴리온이 제품에 대한 경쟁력이나 신사업 확장에 대한 노력 없이 ‘스타를 동원한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TS트릴리온은 광고판관비 등에 돈을 쓰면서도 자체 R&D(연구개발)엔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제품도 모두 OEM 방식으로 만든다.  
 
실제 지난해 1~3분기 TS트릴리온의 연구개발비용은 7200만원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 비율은 평균 0.04% 수준이다. 이 기간 정부과제 수행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2억8900만원이다.  
 
지드래곤이 등장한 TS트릴리온 광고 [사진 TS트릴리온]
 
반면 광고선전비는 2020년 6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까지 8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연구개발에 쓴 비용은 1400만원이었지만 광고선전비엔 무려 52억원을 사용했다. TS트릴리온은 축구선수 손흥민, 가수 지드래곤 등을 모델로 쓰고 있다.  
 
통상 샴푸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비중은 평균 3~5%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초창기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현재는 업데이트만 하는 수준으로 이뤄지다 보니 0.04%라는 낮은 비용이 나오는 것”이라며 “공장도 없고 OEM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인데 오히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R&D 비용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샴푸의 연구개발비만 발라내기 어려운 구조지만 모든 품목에 대한 R&D비용을 3% 정도로 맞추고 있다”면서 “탈모전문 회사의 연구개발비 치고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 층 겨냥, 불가피 한 선택”…모발이식 플랫폼으로 

이같은 지적에 대해 TS트릴리온 관계자는 “지난해엔 중년남성의 샴푸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젊은층을 겨냥한 모델을 기용하는 데 많이 투자했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성장 플랜에 매우 중요한 역할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발이식 전문 플랫폼’ 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올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각오도 내놨다. 모발이식을 고민 중인 탈모인과 병원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비대면 진료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정보 앱에 대한 전망이 무조건 긍정적이진 않다. 가장 큰 장벽은 의료법에 따른 규제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제재나 충돌이 가해질 수 있어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TS트릴리온 관계자는 “아직은 초창기 단계로 의료법에 저촉될 여부까지 알 순 없다”면서 “TS트릴리온의 ‘탈모닷컴’ 운영 노하우와 DB활용이 더해진다면 좀 더 전문화 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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