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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국내 대응은?

향후 4개월간 EU회원국 등에서 규정안 관련 공식 논의 예정
산업계 “한국,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시켜야” 환경단체 “조건 충족 어려워”

 
 
 
 
사진은 바라카 원전 1호기(오른쪽) 모습. 왼쪽은 2호기. [사진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투자로 인정하는 규정안을 확정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 또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해당 조건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7일 에너지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발의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녹색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을 의미한다. 어떤 기술이나 산업에 사용된 에너지원이 친환경적인지 여부를 따지고, 투자를 지원하도록 하는 등의 기준이 된다.  
 
이번 규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는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고 ▶원전 건설 계획과 조달된 자금이 있고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국가에 있어야 한다.  
 
향후 4개월간 EU회원국과 EU의회에서 규정안과 관련한 공식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규정안이 승인되면 오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규정안은 27개 EU 회원국 중 20개국이 반대하거나, EU 의회에서 353명이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국내 산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서(가이드라인)에는 원전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K-택소노미에 원전이 빠진 것과 관련한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 동향, 국내 적용 가능성, 사회적인 논의 등을 고려해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EU 발표 이후 즉각 K-택소노미에 원전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 4일 ‘EU 녹색분류체계 규정 최종안 발표 관련 코멘트’를 내놓았다. 전경련은 “EU 집행위원회의 최종안은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에 이어 EU도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데 반해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라며 향후 정부가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고 원전을 녹색기술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에너지 전문가들 또한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돼야 향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는 등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그린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투자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택소노미에 들어가야 관련 산업에 대규모 투자나 지원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포함, 까다로운 조건이 걸림돌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진 연합뉴스]
 
다만 국내에서는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기후·환경 단체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이번 EU 최종안은 강화된 원전 안전성 개선 및 핵폐기물 처분책임 방침이 반영돼 있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국내 원자력계가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고강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확보 및 운영 세부계획 제출과 심의조건,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조건은 국내외 원자력계가 사실상 실현하기 불가능하다”며 “EU 그린 택소노미는 금융지원 조건이지만 각국 전력시장의 참고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 조항들은 오히려 신규원전과 수명연장에 실질적인 규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李·尹 에너지 관련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연합뉴스]
 
한편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와 발언에도 관심이 몰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감원전’을 기조로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달 발표한 신경제 비전에서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 고속도로’, 김대중 대통령의 ‘인터넷 고속도로’에 이어 바람과 햇볕이 달리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태양전지·풍력·에너지 저장장치와 이를 활용한 친환경 미래차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서둘러 개발하겠다”고 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윤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수출로 2030년까지 고급 일자리 10만 개 창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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